AI 핵심 요약
beta- 앨런 그린스펀이 22일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 그는 19년간 연준 의장을 지내며 모호한 '연준 화법'으로 시장을 움직였다
-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짧고 불투명한 성명으로 그린스펀식 소통에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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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어' 모호화법의 대가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4명의 대통령 아래 19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이끌며 '연준 화법(Fedspeak)'으로 불리는 모호화법의 기술을 통달한 '거장' 앨런 그린스펀이 별세했다. 향년 100세.
그린스펀 전 의장의 아내이자 NBC뉴스의 수석 워싱턴 특파원 겸 수석 외교 특파원인 안드레아 미첼은 22일(현지시간) 그린스펀이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이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연준 의장으로 임명한 그린스펀은 불황과 호황을 거치며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의 재임 기간은 1951년부터 1970년까지 연준을 이끈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보다 4개월 짧아 역대 두 번째로 길다.

◆ "비이성적 과열" 한마디에 시장 출렁
그린스펀은 시장을 흔들거나 때가 되기 전까지 연준의 패를 보이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발언을 의원들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언어로 감쌌다.
시장에 작은 광기를 촉발한 것은 1996년 12월 한 방송 연설이었다. 그는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논하며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 자산 가치를 부당하게 끌어올리는 때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그가 시장을 고평가됐다고 본다는 신호로 해석돼 당시 개장 중이던 도쿄 증시가 3% 하락했다.
은퇴 후 그는 난해한 화법의 전략을 털어놨다. 2007년 CNBC 인터뷰에서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 모호화의 언어"라며 "점점 더 모호해지는 네다섯 문장을 이어가면 의원은 내가 답했다고 생각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 취임 69일 만에 '블랙 먼데이' 대응
1926년 3월6일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린스펀은 줄리아드 음대를 잠시 다니며 재즈 밴드에서 연주하다 뉴욕대(NYU)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스승 중에는 훗날 연준 의장이 된 아서 번스와 자유시장 옹호론자 에인 랜드가 있었다.
그의 첫 임기는 1987년 금융위기 직전 시작됐다. 상원 인준 69일 후인 10월19일 '블랙 먼데이'가 월가를 강타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22.6% 빠졌다. 다음 날 그린스펀은 연준이 "유동성 공급원 역할을 할 준비가 됐다"고 천명하고 단기 금리를 낮췄다. 이 전략으로 다우는 이틀 만에 손실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고 그는 '거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지지자들로부터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경제 확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그가 2000년대 초 장기간 유지한 저금리 정책이 후임 벤 버냉키 취임 1년 만에 터진 주택 거품의 토대를 놨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2007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 건에 대해선 결백하다"고 항변했다.

◆ 워시 신임 의장, 그린스펀式 소통으로 회귀 평가
그린스펀의 별세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그의 소통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시점과 맞물렸다. 워시 의장은 이달 첫 회의에서 정책 성명을 130여 단어로 줄이고 향후 금리 방향을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삭제했다. 이는 4월 성명(약 246~341단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분량으로, 그린스펀이 2002년 1월 내놓은 128단어 이후 가장 짧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이 의도적으로 최소화되고 불투명하며('건설적 모호성') 설명이 아닌 행동에 집중했던 그린스펀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명이 훨씬 장황해졌는데, 이번은 더 그린스펀 시대 방식으로의 회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철학은 닮았다. 미래 정책을 미리 신호하기보다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를 미세 조정하고, 시장이 연준 전망보다 물가·고용·생산성 지표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다. 워시 의장이 점도표에 본인 점을 내지 않고 가이던스를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그린스펀의 모호성이 밀도에서 나왔다면 워시 의장의 그것은 간결함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가이던스를 없애는 것이 국채 시장의 변동성과 차입 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