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원주한지문화재단이 1일부터 5일까지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 제28회 원주한지문화제를 연다.
- 프랑스 작가 장피에르 브리고디오는 원주한지로 신작 조형시를 선보인다.
- 한지의 다방향 뜨기와 도침으로 타국 종이와 차별화하며 세계 종이예술 중심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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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스핌] 이형섭 기자 = 제28회 원주한지문화제가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 열린다.
올해 원주한지문화제는 천년을 버틴다는 전통 한지가 프랑스 현대미술가의 '조형시' 작업과 만나면서, 원주가 종이 예술의 실험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한지와 타국 종이의 제작 기법 차이를 함께 조명하며, 한지를 세계 종이예술 담론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프랑스 조형시, 한지를 매개로 서다
프랑스 종이조형작가 장피에르 브리고디오는 종이를 찢고, 절단하고, 다시 붙이는 과정을 통해 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조형시(詩)'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성경 '창세기'를 모티프로 한 그의 연작은 7일 창조의 리듬과 빛을 종이 조각의 배열로 보여주며, 문자와 이미지, 여백이 하나의 시편처럼 읽히게 만든다.
올해 원주한지문화제 국제작가전에서 브리고디오는 원주한지를 재료로 한 신작 조형시를 선보인다. 한지의 질긴 섬유와 반투명한 결을 살려, 종이를 더 이상 '글씨를 적는 바탕'이 아니라 스스로 말하고 숨쉬는 매체로 확장하는 시도를 보여줄 전망이다.

◆닥풀·다방향 뜨기…한지 제작법의 차별성
이번 전시는 브리고디오 작품과 함께 한지 제작 방식과 타국 종이와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삶고 두들겨 긴 섬유를 유지한 뒤, 물에 닥풀(황촉규에서 얻은 점액)을 풀어 섬유가 물속에서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외발·쌍발 뜨기 과정에서 발을 전후·좌우로 흔들며 여러 번 떠 올려 섬유가 여러 방향으로 교차하도록 만들고, 건조 뒤에는 도침(망치로 두들기기)을 통해 표면을 치밀하게 다진다.
이 때문에 한지는 섬유 방향성이 약하고 인장 강도가 높아, 접고 펼쳐도 쉽게 찢어지지 않고 수백 년을 견디는 보존성을 가진다. 통풍·투습성이 뛰어나 서책·창호·공예·복원재 등 '호흡하는 종이'가 필요한 곳에 널리 쓰여 왔다.
◆와시·서양지와 다른 점
일본 와시는 코우조·미츠마타·감피 등을 원료로 사용하고, 토로로아오이 등 네리(점액)를 써 나가시즈키 방식으로 뜨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뒤 한 방향 중심의 흔들기 때문에 섬유가 그 방향을 따라 정렬되는 경향이 커, 결이 고르고 섬세한 대신 방향에 따른 강도 차이가 비교적 뚜렷하다.
서양 종이는 근대 이후 목재 펄프를 주원료로 기계 초지 방식으로 생산되며, 화학 약품·호제·충전제를 사용해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한다. 대량 인쇄와 규격 생산에는 유리하지만, 한지처럼 섬유가 입체적으로 짜여 있는 구조나 수작업 특유의 다방향 섬유 결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한지 위에 새겨지는 '시적 도시'
원주한지문화제는 한지의 물성과 프랑스 조형미술 언어의 만남을 '도시'와 '시'의 이미지로 풀어낼 계획이다. 축제 메인 설치전 '종이숲 <움직이는 도시, 2026 – 한지, 세계 속에 서다>'는 도시 구조와 인간의 움직임, 빛과 시간을 한지로 형상화하고, 관람객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공간과 빛의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브리고디오의 조형시 작업이 더해지면, 관람객은 '한지 위에 적힌 시'가 아니라 '한지 자체가 시가 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원주한지테마파크 한지역사실 상설전에서는 한국·일본·이탈리아·프랑스 등 세계 종이 생산지의 제작 기법과 공예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 한지와 타국 종이의 차이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지, 세계 종이예술의 매체로"
전통 한지는 이미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등 세계 종이 도시와의 교류, 상설 전시관 설치 등을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조형시 작가와의 협업이 더해지면서, 한지는 더 이상 '한국의 전통 종이'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추상미술과 시각시(詩) 작업의 주재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지문화재단 관계자는 "닥풀을 이용한 다방향 뜨기와 도침 공정으로 만들어진 한지의 독특한 물성이 장피에르 브리고디오의 조형시를 만나면서, 한지가 세계 현대미술 언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의에도 힘을 보태는 실험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