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전남지노위가 15일 타워크레인 노조의 중흥건설 교섭 요구를 기각했다.
- 개정 노조법 시행 후 첫 사례로 하청 작업 자율성이 사용자성 부인 근거가 됐다.
- 전문가들은 단일 판정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판례 축적 과정을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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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교육이 발목 잡을까" 원청 우려 여전
전문가 "단일 사례로 확대 해석 경계해야"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타워크레인은 원청의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위험해 보인다면 지시를 듣지도 않고, 5시가 되면 퇴근해버리죠. 심지어 웃돈(월례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원청이 지휘할 수 없는 구조인데 사용자성을 띠고 있다는 건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소리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A씨)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및 제3조, 이하 노조법) 시행 이후 전남지방노동위원회가 타워크레인 노조의 중흥토건 및 중흥건설 원청 사용자성 인정 요구를 기각하자 건설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공정의 특수성과 하청 근로자의 작업 자율성이 법리적으로 인정받으면서 교섭 요구에 직면했던 건설사들이 최소한의 방어 논리를 확보하게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법 시행 초기인만큼 판단 근거가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일 사례로 확대 해석은 섣부르다"며 향후 누적된 판례에 따른 신중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전남지노위, 타워크레인 노조 교섭 요구 기각…개정 노조법 시행 후 첫 사례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이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신청을 기각하면서 향후 유사 판정에서 하청 근로자의 작업 자율성 판단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성 판정이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바뀐 노조법 때문이다. 과거의 노동법 체계가 명시적이고 형식적인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만을 사용자로 국한하여 해석했던 것과 달리, 개정된 노조법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및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폭넓게 규정함으로써 원청 기업의 단체교섭 의무를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때문에 지난달 10일 노조법이 시행되자 민주노총 소속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0대 종합건설사 가운데 97곳에 직접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이후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 결과가 교섭 여부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판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개정 노조법 시행 한 달 만에 나온 첫 원청 사용자성 불인정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단은 건설 현장의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타워크레인 직종의 특수성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원청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보다는 고도의 자율성과 독립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이 크레인 기사에게 '이 자재를 옮겨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지만, 안전 요원 배치나 작업 방식 등을 이유로 기사가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현장에서는 기사들이 '갑'의 위치에 있는데 원청에 사용자로서의 교섭 의무를 씌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 "단일 사례로 확대 해석 경계해야…판례 축적 과정 주시해야"

하지만 업계의 안도감 이면에는 여전히 짙은 불안감이 깔려있다. 이번 판정이 모든 건설 공정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절대적인 가이드라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플랜트 현장을 운영하는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원청이 산업안전 인프라에 대한 구조적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일각에서는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안전 규제가 노란봉투법과 충돌하는 이른바 안전 역설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 하청 근로자들을 모아 아침 안전 교육을 하고 시업과 종업 시간을 맞추는 조치들이 결국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입증하는 족쇄로 작용할까 두렵다"며 "이를 빌미로 임금 인상 등 본질에서 벗어난 교섭을 요구할 경우 건설업 전체가 마비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노조의 교섭 요구 자체보다 여러 노조와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교섭에 시간을 뺏겨 심각한 공기 지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대 노총 산하 노조 간의 세력권 다툼(현장 투입 비율 등)이나 군소 노조들의 개별적인 교섭 요구 등 현장 내 '노노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그 피해와 행정적 부담은 원청이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법 시행 극초기 단계이므로 특정 판정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판례가 축적되는 과정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결국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과거 업무 지시 기록이나 하도급 서류를 어디까지 실질적 지배력의 근거로 인정할지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온 교섭 요구에 대해 주요 건설사들은 신중하게 법리 검토를 진행하며, 판례 분석을 통한 내부 대응 매뉴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건설사의 사용자성 판정) 사례 모두 근거 자료가 완벽히 공개된 것이 아니기에 개별 기업의 사안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단일 사례만으로 100대 종합건설사에 대한 노조의 모든 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지거나 반대로 기각될 것이라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다수의 하청업체가 일용근로자를 고용해 공종별로 수행하는 건설업은 제조업과 구조가 확연히 달라 산별노조 개입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행령상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이므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겠지만, 기업들은 판례가 축적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부적인 검토와 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