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학교도 현장을 알아야 한다...'교사 출신 교육감' 필요해"
학생 중심으로 행정 재편·자치구별 교육지원청·특성화고 강화 제안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31년 교단을 지킨 전직 교사이자 전 서울시교육청 혁신미래교육추진위원장인 강신만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가 올 6월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1990년대 촌지 거부 운동부터 학교 민주화와 혁신학교 운동까지 줄곧 교육 개혁 한길을 걸어온 그는 '현장 31년 교사 출신 교육감' 후보를 자임한다.
'교사 출신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강 예비후보는 학생 마음 건강을 말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강 예비후보는 학생을 학교의 핵심으로 되돌리는 행정 재편과 특성화고 강화, 교권·학생인권의 공존 등을 제안했다.

-교직에 31년 몸담았다. 교육인으로서 여정이 궁금하다.
▲아이들이 좋아 교사가 됐고, 1990년 첫 발령을 받은 뒤 31년 동안 학교에 있었다. 교직 초창기엔 촌지와 각종 부정·비리가 만연했고, 학부모도 불만이 컸으며 교사들 역시 부끄러움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촌지 거부 운동부터 시작했다. 이후 학교 민주화와 혁신학교 운동까지 교육 개혁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수업 방식을 바꾸고 학교 운영을 더 민주적으로 만드는 데 힘썼고, 그런 시도들이 다른 학교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저는 교실과 학교를 바꾸는 일이 결국 교육을 바꾸는 길이라고 믿어 왔다.
-좋은 교육·좋은 학교란 무엇인가.
▲어쩌면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웃을 수는 없어도 나중에 돌아봤을 때 학교에 가는 일이 즐거웠다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체육대회와 소풍 같은 추억도 쌓는 곳이 학교다. 그런데 최근 4개국 고3 학생 대상 조사에서 우리나라 학생 다수가 교실을 '전쟁터'처럼 느낀다고 답했다. 학교와 학급이 치열한 경쟁의 공간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협력하고 어울리며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저는 학생들에게 추억이 남고, 함께 배우는 기쁨이 있는 학교를 꿈꾼다.
-왜 교사 출신 교육감이 필요한가.
▲농사도 직접 배워야 수확을 거둘 수 있듯 교육도 현장을 알아야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딪히고 무엇이 불편한지 체감하며, 어떤 지원이 있어야 학급이 안정되는지 경험한 사람이어야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현장에서 모순을 보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뛰어본 과정 속에서 교육 철학이 쌓인다. 책상 앞에서 연구한 말 몇 마디로 관료를 지휘한다고 학교가 바뀌지는 않는다. 물론 교사 경력만 있다고 누구나 교육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수업을 넘어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려 애쓰고, 더 나은 수업과 제도를 위해 정책을 제안하며 사회와 연대해 문제를 풀어온 교사가 적합하다고 본다.
-교육감으로서 가장 우선 추진할 공약은.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일이 핵심인데, 지금은 여러 행정 기구 속에서 학생이 점점 객체화되고 있다. 그래서 학교의 본래 핵심을 복원하고 예산과 정책의 방향을 학생 중심으로 다시 돌리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행정을 재편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은 11개 교육지원청이 각각 200개 안팎의 학교를 담당하고 있어 밀착 지원이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25개 자치구 단위의 지원 체계를 검토해 학교 지원을 더 촘촘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특성화고 강화에도 집중하겠다. 서울의 산업 구조에 맞게 학과와 전공을 개편하고 교사 연수를 강화해 졸업 뒤 일자리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학생 마음 건강 악화·교원 감축 등 현안 진단과 해법은.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나 위기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오간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버거운 공간이 됐는지 현장은 이미 알고 있다. 지금도 정신건강 정책은 많지만 대체로 문제가 생긴 뒤 개입하는 처방 중심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애초에 그렇게 힘들어지지 않도록 환경을 바꾸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과도한 선행학습에 내몰리는 현실은 사실상 아동 학대에 가깝다. 물론 입시제도 전반을 바꾸는 일은 교육감 권한만으로 어렵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에 나서면서도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바꿔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기본 입장과 구상은.
▲입시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정책 중 하나다. 누구나 입시를 통해 자신의 삶, 자녀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쉽게 합의되기 어렵다. 어떤 이는 정시 확대를 원하고, 또 어떤 이는 수시 확대를 원한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특정 해법을 던지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먼저 지금의 교육 정책이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아이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사회에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 현실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합의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교권 보호와 학생인권 보호 사이 균형을 찾으려면.
▲교권 약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9년 '교실 붕괴'가 거론되던 시절에도 이미 누적돼 있던 문제였고, 이를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원인을 잘못 짚는 것이다. 학생이 학교에서 폭력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부모들이 자녀의 인권 침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질서와 충돌이 생긴 것이다. 이 충돌을 풀려면 학생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과도한 행정과 제도를 손질하고, 교사와 학교를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교권은 당연히 보호돼야 하며, 국가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충돌 지점을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된 교육감을 뽑으려면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이 많이 참여해야 특정 이익집단이 무능한 후보와 손잡고 판을 좌우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 지금 민주진보 진영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진행 중인데, 저는 현장감이 풍부하고 철학이 분명한, 실제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교육감 선거는 단순히 한 자리를 뽑는 일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