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5000선 밀려…전쟁 이후 최저 수준
"2·3월 외국인 50조 매도, 환율 상승 압력 키워"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장중 153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환율 급등과 함께 코스피도 장중 5000선까지 밀리며 전쟁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주요국 대비 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519.9원에 출발해 장중 1533.9원까지 상승했다. 장중 한때 1536.5원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선을 넘어섰다. 주간 거래 기준 환율이 1530원을 상회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전날 야간거래에서도 1521원을 웃돌며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증시 하락 압력을 키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25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3.31% 하락한 5102.55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이 3조472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5190억원, 6889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4% 넘게 하락하며 5050선까지 밀리며 전쟁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며 5100선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도 4% 안팎 하락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 "달러보다 원화 더 약세"…외국인 매도·구조 요인 영향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 급등이 단순한 달러 강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달러화 지수 상승폭은 2%대에 그쳤지만 원화 가치는 5% 이상 하락하며 주요 통화 대비 상대적으로 큰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도 원화만 유독 가파르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이 160엔 부근에서 안정되는 것과 달리 원·달러 환율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를 넘어선 것은 국내 요인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공격적인 주식 순매도와 고유가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털 우려가 동시에 작용했다"며 "2~3월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50조원 수준에 달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고유가에 취약한 경제 구조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 연구원은 "고유가 장기화는 성장률 하향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원화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환율 방향은 유가와 중동 정세에 좌우될 전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고유가와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단이 견고하게 지지받고 있다"며 "유가를 추종하는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역내외 투자자들의 롱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도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로 글로벌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달러 강세를 자극하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환율 상승 속도는 일부 제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분기말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당국 미세조정 경계가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고점에서는 매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달러 유동성 지표는 양호한 상황으로 과거처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접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nylee5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