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직후 취재진에 "열심히 방어하겠다" 발언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이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의 지속적인 지분 매입 행보를 두고 "(호반이) 왜 그럴까 생각하고 있다"며 견제했다. 이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은 가결됐지만, 현장에서는 1%대까지 좁혀진 호반과의 지분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조 회장의 경영 적격성을 비판하는 주주들의 성토가 쏟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칼은 26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13기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94.23%가 참여했다. 이는 호반그룹의 참석 없이는 나오기 불가능한 수치로, 사실상 조 회장과 호반의 '불편한 동행'이 현실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한진칼의 지분 구조는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지분 20.56%, 호반건설 18.78%, 델타항공 14.90%, 국민연금 5.4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 회장과 2대 주주인 호반의 지분 격차는 단 1.78%포인트에 불과하다.
주총 직후 취재진과 만난 류 부회장은 호반과의 지분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 대해 "우호 세력이 있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면서도 호반의 지분 매입 목적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며 "열심히 방어 잘 하겠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면서도 호반의 지분 확대 움직임을 주요 변수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주총장 내부에서는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직설적인 비판이 이어지면서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됐다는 후문이다. 한 주주는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을 언급하며 "과연 조원태 회장이 부적격자였는지 여부에 대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2~3년 전부터 어머니 등 가족 관련 부분들이 언론에도 노이즈(잡음)가 상당히 많이 있었는데, 주주들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몰아세웠다.

이사 보수한도(120억 원) 승인안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주주는 "연봉을 받아가는 것은 좋지만 회사 규모에 비해 금액이 적정한지 의문"이라며 "받아가는 연봉 중 10%만이라도 한진칼 주식을 매입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을 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기류는 표결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 회장 선임안(93.77%)에 비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의 찬성률은 71.67%에 그쳤다. 이는 조 회장 선임에는 일단 찬성표를 던진 우호 지분 중 상당수가 경영진의 보수 체계와 책임 경영 측면에서는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당 안건과 관련,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의 표결 여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반이 반대표를 던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반대만으로는 이 같은 격차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반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 맞다면 언제든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조건부 평화 상태로 볼 수 있다"며 "조 회장 연임에는 찬성으로 표면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했지만, 보수 등 민감한 사안에서는 견제에 나서는 이중적 행보가 확인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주들의 비판과 경영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경영진은 주요 쟁점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류 부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국민연금의 반대 사유는 아시아나 인수를 결정한 절차적 문제 때문인데 당시 아시아나는 자금난으로 문을 닫을 상황이었다"며 "인수하지 않았으면 국고 손실과 대규모 실직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배당 성향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주가는 5년 동안 약 2.7배 올랐다"며 주주 가치 제고 성과를 부각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채준 서울대 교수가 선임됐으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등 정관 변경 안건 등이 모두 원안대로 처리됐다.
한편, 조원태 회장은 류 부회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항공 계열사 통합이 현실화되는 기념비적 한 해"라며 "지주사로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책임 있는 경영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통합적 조직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고 전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