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교수 영입해 불량·공정 데이터 분석 노하우 전수
호서대와 패키징 공정 협력, 반도체 전주기 산학 모델 구축
학생들 진로 희망도 다양화...장비·소부장 기업 관심 60%로↑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명지대학교 반도체공학부 실습실. 실제 양산 라인에 쓰이는 장비가 윙윙 돌아가고 교수와 학생들이 공정 데이터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었다. 용인을 '반도체 제조 중심 도시'로 키우겠다는 비전 아래 교육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사업을 등에 업은 명지대는 소부장 특화 교육과 산학협력으로 장비·부품까지 아우르는 '기술 독립'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8일 명지대 자연캠퍼스 실습동은 실험복을 입은 학생들이 웨이퍼 캐리어를 들고 공정실을 오가며 분주했다. 홍상진 반도체특성화대학사업단장은 "용인이 반도체 제조 중심 도시로 변해 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예전부터 학생 양성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지만 재정·장비 한계에 부딪혀 큰 폭으로 확장하지는 못했다"며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사업 덕분에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장비 인프라를 갖추고 본격적인 교육 체계를 만들 기회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명지대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특화한 인재 양성을 내세운다. 반도체 제조라인 전체를 다루기보다는 공정 장비와 부품, 공정개발을 중심으로 교육과 연구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김유빈 반도체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반도체 칩 생산에서는 강국이지만 실제 장비와 부품은 상당 부분 외국산에 의존해 왔다"며 "칩만 잘 만드는 나라에서 벗어나 장비와 부품까지 국산화하려면 관련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특성화대학 사업을 기반으로 한 산학협력 모델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와는 '파견 교수' 프로그램을 통해 핵심 인력을 직접 교단으로 불러들였다. 삼성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 지난해 명지대로 옮긴 윤주병 교수는 "회사에 있을 때부터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꿈이 있었고 마침 고급 인력을 대학에 보내는 사내 프로그램이 있어 지원했다"며 "학생들과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며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서 불량 분석과 양산 지원을 담당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습과제에서 실제 공정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장비와 공정 조건을 어떻게 최적화하는지 등을 '머릿속에 남은 경험'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다.
학교 안에는 '반도체 에코팹', '반도체 장비팹', '첨단패키징랩' 등 특성화 실습 공간이 잇달아 들어섰다. 반도체 에코팹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진단·관리하는 실습 공간이다. 장비팹에는 수십억 원대의 공정 장비가 설치돼 있다.
홍 단장은 "어떤 회장님이 '실제 양산에 쓰는 장비를 가져와 교육하라'며 삼성 경매에 나온 장비를 사 올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다"며 "국내에서 실제 라인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장비로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반응은 뜨겁다. 전자공학과에서 명지대에 입학했다가 삼성전자 사원으로 입사해 일하던 김연수 씨는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상급 엔지니어가 되려면 학위와 이론이 꼭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반도체공학부가 신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전과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공학부 4학년 정재훈 씨는 아예 '교수의 길'을 꿈꾸고 있다. 그는 2학년 때부터 학부 연구생으로 참여해 지금까지 SCI급 논문 2편을 썼다. 용인 출신이라는 정 씨는 "어릴 때부터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이곳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며 "산학 프로젝트를 하면서 연구의 재미를 알게 됐다. 석·박사까지 이어 가서 학교와 지역 산업을 함께 키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교육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대학 현장의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2023년 시작된 이 사업은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로봇 등 분야별 대학을 선정해 4년간 교육과정 개편, 실습 인프라 구축, 산학협력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것으로, 2026년에만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선정 대학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린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학부·대학원 교육과정을 손질하고 실습 여건을 넓히고 있으며, 명지대 반도체공학부와 호서대는 학생 교류와 패키징 공정 중심의 '몰입학기제'를 통해 상호 보완형 협력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홍 단장은 "어느 한 대학이 모든 공정을 다 할 수는 없다. 명지대는 소부장, 호서대는 패키징을 특화해 서로 학생·교수 교류한다"며 "우리 목표는 단순히 대기업에 몇 명 더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장비와 부품까지 포함해 반도체 '기술 독립'에 기여하는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진로 선택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홍 단장은 "처음 반도체공학부를 지원할 때는 대부분 '삼성·하이닉스에 가겠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배우다 보면 장비 회사에 관심을 갖는 비율이 60% 정도로 늘어난다"며 "칩을 만드는 완성 기업뿐만 아니라, 공정을 뒷받침하는 장비·소부장 기업에도 좋은 일자리가 많다는 걸 교육과 실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