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아님' 늘고 중대조치 줄어…"교육적 해결력 키워야"
초등 저학년 중심 숙려제…"교권 강화·보호 병행돼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대학입시에 의무 반영하는 이른바 '대입 빨간 줄'까지 도입됐지만 학폭 통계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폭위 회부나 학생부 반영 의무화 같은 엄벌주의만으로는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단순 처벌보다 갈등을 조기에 중재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대응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7일 '2025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전체 초·중·고교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3.0%로 집계됐다. 피해 응답률이 역대 최고치였던 '2025년 1차 실태조사' 당시 2.5%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1차는 전수조사, 2차는 표본조사라는 차이가 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이 5.1%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2.4%, 고등학생 1.0% 순이었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이 40.3%로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 15.3%, 신체폭력 13.9%, 사이버폭력 6.8%, 스토킹 5.6%, 성폭력 5.1% 순으로 나타났다.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는 학폭 조치사항이 대학 입학전형에 의무 반영되고 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 특성상 사실상 학생부에 '빨간 줄'을 긋는 셈이다. 2023년 관련 정책이 발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계상으로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폭력이 늘었다기보다는 학폭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인 학생 간 갈등이 학폭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이 유독 높게 나온 점은 최근 학교폭력 양상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교육부 역시 초등학생의 경우 통상적인 갈등과 학교폭력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관련 민감도가 높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24학년도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 결정 비중은 전체 평균 18.8%였지만 초등학교는 23.0%로 더 높았다.
최근 수년간의 통계도 비슷한 흐름을 가리킨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학폭위 심의 결과 학폭이 아닌 경우는 2021년 10.7%, 2022년 13.5%, 2023년 16.0%로 꾸준히 늘었다. 반면 출석정지 이상 중대조치 건수는 같은 기간 11.4%, 9.4%, 9.3%로 낮아졌다.
피해 응답률은 오르는데 학폭위에서 '학폭 아님' 판단은 늘고 중대조치는 줄고 있는 셈이다. 학폭의 심각성이 옅어졌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경미한 다툼과 관계 갈등까지 학폭 신고와 심의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통계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교육계에서 학폭 문제를 놓고 대화와 조정을 통해 초기에 교육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적 해결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방지하고 아동의 갈등 해결 능력을 키운다는 이점도 있다.
교육부가 최근 제7기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심의한 '학폭 예방 및 대책 2026년 시행계획'의 뼈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경미한 사안의 경우 학폭 심의 전에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먼저 운영하는 '관계회복 숙려제'를 이달부터 본격 도입하는 것이다. 학교폭력 제로센터 내 관계개선 지원단 규모도 늘려 제도의 현장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교원의 교육권 강화와 법적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사는 "통계상 학폭 증가와 교권 약화 이슈가 시기상 거의 맞물린다"며 "교육적 해결은 교사의 지도 아래 이뤄져야 하는 건데,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믿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초등 저학년 대상 학교폭력 숙려제가 처벌보다 교육적 해결을 우선시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장에서는 교사가 경미한 사안에 대해 사과나 조정을 권고하는 과정만으로도 학부모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에 노출되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교원의 교육적 판단과 조정 과정에 대해 학부모의 무분별한 불복과 민·형사상 소송 제기를 막을 법적 면책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 시행계획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교육활동과 무관한 사안이나 성인에 의한 폭력은 학교폭력 정의에서 제외하고, 경찰과 검찰 등 사법체계가 전담하도록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