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4~6% 인하에도 완제품 전이는 미지수
전문가 "외식·제과 얼마나 호응하느냐가 관건"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최근 제당·제분업계가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잇따라 낮추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할 먹거리 물가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빵과 과자, 외식 가격 등이 하락할 경우 장바구니 부담이 크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원재료 단가 인하가 곧장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탕과 밀가루는 주로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이 높아, 1차적으로는 제과·외식업체의 원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소비자가 실제로 가격 인하를 체감할지는 업계의 최종 가격 결정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 '원재료 카르텔' 적발…공정위 철퇴에 가격 인하 잇따라
2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전분당 4사(CJ제일제당·대상·사조CPK·삼양사)가 잇따라 가격을 3~6% 낮춘 데 이어, CJ제일제당·삼양사·사조동아원·대한제분 등 제분·제당 업체들도 가격을 평균 4~6%가량 인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 이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강화되면서 업계가 가격 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설탕·밀가루 담합 사태는 국내 주요 업체들이 장기간 출고가를 공동 관리해 온 '원재료 카르텔' 사건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국제 원당·곡물 가격이 내려도 인하를 늦추는 방식으로 가격을 유지한 정황을 적발하고 대규모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들의 담합이 식품 물가 상승의 구조적 요인이라고 보고, 재발 시 과징금 상향과 시장 퇴출 등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사조CPK는 옥수수 전분·물엿·과당 등 주요 제품을 3~5% 인하하고, 실수요처·대리점 등 전 유통 경로에 적용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B2B 전분당 가격을 3~5% 낮춘 데 이어 소비자용(B2C) 제품 가격도 최대 5% 인하한다고 밝혔다. 대상도 청정원 올리고당·물엿 등 일부 전분당 제품을 5%가량 낮추기로 했다.

제당·제분업계에서도 가격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설탕·밀가루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내렸고, 삼양사는 B2B와 B2C 설탕·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낮추겠다고 밝혔다. 사조동아원과 대한제분도 각각 밀가루 제품 가격을 5% 안팎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J제일제당은 추가로 밀가루 가격을 약 5% 더 낮추는 방안도 발표했다. 이처럼 연초부터 여러 차례 인하가 이어지면서 일부 품목의 누적 인하 폭이 10%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인하 움직임은 정부가 계속 물가 안정 압박 수위를 올리면서 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양상이다.
◆ B2B 중심 구조·계약 시차…소비자 체감은 '시간 변수'
설탕과 밀가루는 B2C보다 B2B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품목이다. 업계에서는 두 품목 모두 대부분이 B2B 거래라고 보고 있다. 제과·제빵업체와 라면·냉동식품 제조사,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등으로 납품되는 물량이 대부분이라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경우 1차적으로는 업소와 가공식품 기업의 원가 구조에 반영된다.
최근 일부 제과업체들이 인하된 단가로 설탕을 공급받기 시작했고, 밀가루 가격 조정 협상도 진행되는 등 주요 원재료 여건은 완화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는 원가 부담을 낮추는 단계에 해당할 뿐, 소비자 가격 인하로 직결되는 단계는 아니라는 점에서 해석이 엇갈린다.
특히 식품업체들은 통상 연간 단위 계약을 통해 원료를 조달하는 구조다. 이미 높은 가격에 확보해 둔 재고가 남아 있는 경우에는 단기간에 원가가 낮아지기 어렵다. 여기에 인건비와 포장재·물류비, 에너지 비용, 환율 등 다른 비용 변수도 동시에 작용한다.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수입 원재료와 포장재 부담이 상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가격 인하가 소비자 체감으로 이어질지는 외식·제과 등 최종 판매 단계에서 얼마나 실제 가격 조정이 이뤄지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설탕과 밀가루 인하가 신호탄이 될 수는 있지만, 다른 식재료와 비용 요인이 함께 완화되지 않는다면 먹거리 물가 전반을 끌어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과와 외식 업계 등이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따라 먹거리 물가 완화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업체들이 환율이나 인건비 등을 근거로 인하를 미루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일부 품목에서는 체감 인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인하 조치가 일부 품목의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더라도, 먹거리 물가 전반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쌀·농축산물 등 다른 식재료 가격 흐름과 인건비, 물류비, 환율 등 비용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특정 원재료 인하만으로 전체 물가가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최근 쌀값과 농축산물, 신선식품 가격 등이 함께 오른 상황에서 설탕과 밀가루 인하만으로 먹거리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업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시차를 두고 기다려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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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