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부담 전가" 반발…학자금대출 미상환·압류 급증
"고등교육 재정, 최소 OECD 평균까지…학자금대출도 더 유연하게"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상당수 사립대가 새 학기 등록금 인상을 예고하면서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치열한 교육열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등교육 예산을 궁극적 원인으로 지목한다. 학교와 학생이 '없는 돈'으로 싸울 동안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조사에서 지난달 말 기준 등록금 동결을 확정한 대학은 37개교(사립대 10개교·국공립대 27개교)로 집계됐다. 동결 대학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결정이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사립대 등록금 인상 '러시'는 20년 가까이 유지된 등록금 동결 기조로 재정 압박이 누적된 가운데, 제도적으로도 숨통이 트이면서 촉발됐다. 그동안 상당수 사립대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에 묶여 있었다. 그런데 교육당국이 등록금에 연동된 국가장학금 II 유형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을 공식화하면서 대학 입장에서는 동결을 고수해야 할 필요성이 약해진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의 재정 압박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미상환 비율은 2020년 14.0%에서 2024년 16.5%로 상승했다. 학자금 대출 체납에 대한 강제징수(압류) 집행 건수는 5년 전 467건에서 2024년 1만 2354건으로 급증했다.
대학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고등교육 예산이 적은 우리나라 대학 특성상 등록금 수입에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OECD 교육지표 2025에 따르면, 고등교육 단계 GDP 대비 정부 재원 공교육비 비율은 0.6%로 2021년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며 OECD 평균(0.9%)보다 낮았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이공계 인재 양성 필요성이 커졌지만 인재를 키울 교수를 영입하고 연구실 설비를 갖추기도 벅차다는 것이 대학 측 설명이다. 실제로 영국의 고등교육 평가기관 QS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2026 아시아대학 순위'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학 모두 1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논문의 질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2024년 CWTS 레이던 순위에서 100위권 안에 든 대학은 서울대(64위)가 유일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중재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는 한편 국가장학금은 대상·기준을 명확히 해 학생에게 직접 혜택이 가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교육 재정 투입 확대와 함께 사립대의 적립금 투명 운영·수익구조 다변화 등 자구 노력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김지하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최소한 OECD 평균 수준까지 확대해 등록금 의존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며 "국가장학금 II 유형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상황에서는 그간 대학에 재원만 제공하고 학생에게 돌아가는 기준과 과정이 불투명했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재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향후에는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지원이나 비수도권 사립대 등록금 지원처럼 지급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해 학생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학자금대출 상환 역시 취업이 지연되거나 장기 실업, 저소득 상태가 이어질 경우에는 상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는 만큼 취업 후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상환 시점과 요건을 더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무이자 학자금대출 사례처럼 금융 부담을 낮추는 장치와 함께, 장기간 미상환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일정 요건 하에 채무를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제도적 안전망도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