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NASDAQ: TXN)가 칩 설계업체 실리콘 래보라토리스(SLAB) 인수를 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사 간 논의는 상당히 진전된 상태로, 이르면 수일 내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협상 일정이 지연되거나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실리콘랩스의 기업가치는 약 70억 달러로, 이날 오후 기준 시가총액 44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실리콘랩스 주가는 뉴욕 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39%까지 급등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면 이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의 10여 년 만의 최대 규모 인수가 된다.
시가총액 약 2020억 달러에 달하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전력·신호 제어에 쓰이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하나다. 산업·자동차용 제품과 소비자 전자기기에 폭넓게 사용되며, 애플의 핵심 공급업체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의 핵심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나 AMD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최근 1년간 실리콘랩스 주가가 거의 보합세를 보인 반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약 20% 상승했다.
실리콘랩스는 2021년 인프라·자동차 부문을 매각한 이후, 사물인터넷(IoT)에 사용되는 무선 통신 칩에 집중해 왔다. 이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성장 축을 더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지난해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로부터 설비투자(CAPEX) 규모와 관련해 압박을 받은 바 있다. 엘리엇은 회사가 주주 환원에 더 많은 현금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최근 분기 실적 전망을 월가 예상치보다 높게 제시하며 주가가 지난주 초 이후 약 14% 상승했다. 회사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추가 성장 기회를 언급했다.
설계뿐 아니라 직접 제조도 병행하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2024년 텍사스와 유타주 생산시설 확장을 위해 미 연방정부로부터 16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미국 내 7개 공장에 6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업계 전반의 대응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유사한 투자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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