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에너지 불안·노동 경색…규제 부담도 과제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글로벌 경제계가 올해 상반기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급격한 경기하강 우려가 줄며 기업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무역·통상과 지정학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수급 불안, 노동시장 경색,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런 흐름 속에서 혁신 분야 투자를 성과로 연결하려면 규제 개선과 인력 확충, 에너지 안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1일 한경협에 따르면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는 38개국 경제단체가 참여한 '2025 경제정책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OECD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의 93.5%를 차지하는 29개국 경제단체가 응답했다. BIAC은 1962년 설립된 OECD 공식 자문기구로, 기업과 산업계를 대표해 OECD 정책 결정에 의견을 전달한다. 한경협은 한국의 OECD 가입(1996년) 이후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조사 결과 OECD 경제계의 59.6%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 전망을 '경기 침체 지속'으로 답했다. 반면 작년 하반기 49.5%였던 '급격한 위축' 응답은 0.6%로 급감했다. 경기 급락에 대한 공포는 완화됐지만, 경영환경 전망은 '보통'이 57.3%로 가장 많아 신중한 시각이 유지됐다.
BIAC은 무역·통상과 지정학 충격이 단기 변수가 아니라 중장기 비용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작년 한 해 미국 관세 조치 등 통상 충격은 산업·국가별 협상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고, 지정학 리스크로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도 비(非)OPEC 국가 증산 등으로 하향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BIAC은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에 적응하며 대응력을 확보중"이라고 평가했다.
투자 전망은 크게 바뀌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투자 감소'를 우려한 응답이 74.9%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 증가' 전망이 78.1%로 반전됐다. 특히 인공지능(AI)·클라우드·소프트웨어 분야는 94.2%가 투자 증가를 예상해 전략 분야로의 자금 집중이 전망된다. 다만 응답자의 51.6%는 올해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해 비용 압력이 투자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BIAC은 이 같은 흐름이 OECD의 진단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OECD는 세계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인플레이션 압력 재부상,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재정 여건 악화를 지목하는 한편 AI 투자에 따른 생산성 개선은 제한적인 상방 요인으로 평가했다.
기업 활동의 제약요인으로는 '지정학 리스크'가 8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높은 에너지 가격 및 공급 불안'(81.6%), '노동시장 경색·미스매치'(78.5%), '무역·투자장벽'(74.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 수급과 노동시장 관련 응답은 직전 조사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규제 부담'도 34.5%가 제약요인으로 지목해 제도 환경 개선 필요성이 함께 부각됐다.
경제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도 바뀌었다. 직전 조사에서 1순위였던 '무역 자유화' 대신 '에너지 접근성 확보'가 88.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동시장 참여 제고' 중요도도 65%로, 직전 조사(19%)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저성장 장기화 국면에서 안정적 에너지 확보와 산업 수요에 맞는 노동력 확충이 성장 잠재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OECD는 한국 경제와 관련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이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동시장 수요에 맞춘 직업교육과 재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BIAC은 "대외 통상·금융 여건 제약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각국의 구조개혁 노력과 함께 무역·투자 촉진을 위한 환경 조성과 글로벌 규제 조율을 위한 OECD의 적극적 역할 수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기업투자, 특히 혁신분야에서의 투자전망이 뚜렷하게 반등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혁신 분야 투자 수요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려면 과감한 규제 개선과 노동시장 수요에 맞는 인력 확충,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가 관건"이라며 "한국이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