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쏠림' 현상 뚜렷, '원복 프로그램' 효과
'3월 출범' 박윤영호, 신뢰 회복·본업 정상화 '이중 과제'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KT의 위약금 면제 적용 기간 종료일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번호이동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 하루 전체 번호이동이 9만건을 넘기며 면제 기간 중 최대치를 기록했고, KT에서 타사로 빠져나간 가입자도 처음으로 5만건을 넘어섰다. 이탈의 상당수는 SK텔레콤으로 이동해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박윤영 차기 대표 체제 출범을 앞두고 KT는 단기간 대규모 이탈에 따른 통신 본업 약화와 수익성 회복 과제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부담이 커졌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하루 번호이동 건수는 9만3천804건으로, KT 위약금 면제 적용 기간인 지난달 31일 이후 가장 높은 이동 건수를 기록했다. 같은 날 KT를 해지하고 타사로 이동한 가입자도 면제 조치 이후 일일 최대치인 5만579건을 기록했다. 통신사별 이동 건수는 SK텔레콤 3만2천791건, LG유플러스 1만1천522건, 알뜰폰(MVNO) 6천26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KT의 누적 이탈자 수는 26만6천782명으로 집계됐다. 위약금 면제 적용 마지막 날인 13일에도 막판 이동 수요가 이어질 경우, 누적 이탈 건수는 30만명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 "4명 중 3명은 SK텔레콤으로"…원복 혜택이 복귀 수요 자극
SK텔레콤은 이번 'KT 엑소더스'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지난 12일 기준 KT를 떠난 고객의 64.8%(3만2,791명)가 SK텔레콤으로 이동했다. 알뜰폰을 제외하고 이통 3사 간 이동으로 좁혀보면 KT 이탈자의 74%가 SK텔레콤을 선택했다. 누적 기준으로도 이통 3사 중 SK텔레콤 선택 비율은 74.2%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동이 신규 유입보다는 과거 이용자의 복귀 성격을 띠면서 SK텔레콤 쏠림이 강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KT 가입자들이 SK텔레콤으로 대거 이동한 배경으로는 복귀 수요를 자극하는 '원복 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19일부터 7월 14일 사이 SK텔레콤 회선을 해지한 고객이 36개월 안에 재가입할 경우 가입 연수와 T멤버십 등급을 그대로 복구해 주는 '재가입 고객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가입연수·멤버십 등급은 할인·혜택 체감과 직결되는 만큼 장기가입자일수록 원복 유인이 크다는 점에서, 막판 이동 국면에서 SK텔레콤으로의 이동을 선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도 지난 12일 하루 1만1천명대 유입을 기록하며 단기 가입자 증가의 수혜를 봤다. 유입 규모는 SK텔레콤 대비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쳤지만, 시장 과열 국면에서도 KT 이탈자의 일부를 흡수하며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경우) KT 위약금 면제 이후 의미 있는 수준의 가입자를 탈환해 가입자 이탈로 인한 매출 감소 영향은 KT 위약금 면제 기간 중 확보한 가입자 기반과 희망퇴직 비용 절감 효과로 상당 부분 상쇄될 전망"이라며 "(LG유플러스도) 경쟁사 해킹 이슈로 인한 반사 효과로 서비스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본업 약화' 직격 맞은 KT…방어 비용까지 겹치며 수익성 압박
KT는 이번 사태로 가입자 기반 약화가 단기간에 현실화하면서 무선 사업 체력 저하 우려가 커졌다.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면 단기적으로는 가입자당 매출(ARPU) 방어에 부담이 되고, 결합상품 유지력 약화와 점유율 하락 우려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KT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보조금 지급 확대로 방어전을 펼친 만큼 늘어난 마케팅 비용 역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T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상향하거나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는 등 고객 유지책을 계속 병행해도 이탈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유치·방어 경쟁이 이어지면서 1분기 마케팅 비용과 보상 프로그램 집행 부담으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T는 무단 소액결제 및 보안 이슈 후속 조치로 일정 기간 해지 고객에게 위약금을 환급(면제)하는 프로그램과 고객 보답 프로그램(약 4천500억원 규모) 등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증권가에서도 단기 비용 부담을 변수로 보고 있다. 실적 영향의 크기와 반영 시점은 이탈 진정 속도와 방어전 강도(프로모션 비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KT 가입자 이탈 규모가 예상보다 커 연간 실적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질 전망이다.

이찬영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해킹 사건으로 SKT 이탈세가 최고조였던 (지난해) 4~7월 KT 가입자 순증이 약 32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반사수혜의 상당 부분을 반납한 셈"이라며 "잔존 가입자 보상 비용까지 감안하면 2026년 실적 전망치 하향은 불가피하며, 연결 영업이익은 2조1천383억원(전년 대비 12.0% 감소)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 '박윤영호' 출범 전부터 시험대…신뢰 회복·본업 정상화 이중 과제
이번 'KT 엑소더스' 사태는 박윤영 KT 차기 대표 체제에도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3월 출범이 예정된 차기 경영진은 보안 거버넌스 강화와 재발 방지 등 신뢰 회복 과제와 함께, 가입자 이탈 진정 등 통신 본업 정상화도 당면 과제로 안게 될 전망이다. 위약금 면제 종료 이후 번호이동 추이가 빠르게 안정될지, 아니면 이탈이 장기화할지에 따라 차기 체제의 초기 경영 부담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KT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사 차원의 '정보보안 혁신 TF'를 출범하고, 보안관리 체계를 전면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네트워크와 통신 서비스 전반의 관리 기준을 높이는 한편, 장비·서버·공급망을 통합 관리해 취약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조직을 강화하고 개인정보 처리 시스템을 전수 점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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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안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정보보안 최고책임자(CISO)를 중심으로 책임 체계를 강화하고, 경영진·이사회 차원의 정기 점검과 보고 체계를 고도화해 보안을 전사적 책임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또한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한 정기 점검과 모의 해킹을 통해 취약 요소를 상시 점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의 정보보안 투자를 바탕으로 제로 트러스트 체계 확대, 통합 보안 관제 고도화, 접근권한 관리 강화, 암호화 확대 등 핵심 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