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목적 자체가 수익 올리는 것...비즈니스 차원에서 몸집 키워"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나는 오빠를 가족처럼 생각해서 이런 걸 말해주는 거야"
일론 머스크의 로켓 발사 프로젝트 부서장이 이모라며 'SPACE X'에 투자를 권유하는 여성. '가족 같아서' 수익 내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캄보디아 거점 스캠 조직이 준비한 치밀한 대본 중 일부다.
최근 캄보디아 거점의 범죄 조직이 적발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조직 운영 방식과 수법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마동석 팀'으로 알려진 캄보디아 거점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최근까지 재판에서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30일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중국인 총책의 범죄단체를 적발해 조직원 11명을 범죄단체가입·활동 및 통신사기피해환금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캄보디아 포이펫에 거점을 두고 로맨스 스캠과 투자사기를 결합한 수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약 19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한국에서 조직원을 공급하는 에이전시, 현지 조직원 관리책, 통역인, 피해자를 직접 기망하는 상담원 등으로 활동했다.
에이전시가 캄보디아 현지 근무 채터(상담원)을 모집한 뒤 태국에서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 포이펫으로 이동했다. 채터들은 사칭할 여성의 상세 신상정보와 사진, 동영상, 대본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후 피해자들과 며칠간 채팅을 하며 부를 과시하고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SPACE X'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었다며 미리 만들어둔 가짜 'SPACE X' 앱 설치와 투자를 유도했다.
취업사기에 속아 출국했고 감금과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는 변명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이 공개한 이들 조직의 사칭할 여성 '신상정보'를 보면 성격과 대화 톤, 가족 관계까지 세세하게 설정한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합수단은 기업형 구조로 진화한 이른바 '마동석'이라고 불리는 외국인 총책의 캄보디아 콜센터 단체를 적발했다.
이들은 이체팀, 모집팀, 대검팀, 해킹팀, 몸캠피싱팀, 로맨스팀 등 9개의 팀으로 조직을 구성해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로맨스팀 팀장이었던 정모 씨는 지난 19일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징역 6년과 약 53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다른 조직원들에게도 줄줄이 실형이 선고됐다. 해당 조직원들의 재판에서 재판부는 "각자 분담한 역할을 수행해 전체가 완성되는 범행에서 역할을 맡은 것"과 "외국에 본거지를 마련하는 경우 분업과 함께 수법이 고도화돼 적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범죄 조직 사건은 지난 10월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보이스피싱 등 범죄 피의자 64명이 송환되면서 국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속이 있다고 해도 조직의 목적 자체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차원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이라며 "장소를 이전하며 (단속을) 피하는 것 등도 학습돼있으니 피해를 보더라도 범죄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dy1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