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두산이 두산로보틱스 지분 매각 공시를 통해 SK실트론 인수 재원을 사실상 완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 양승수 연구원은 24일 "이번 공시로 자사주 기반 EB 발행 또는 유상증자 가능성 우려가 대부분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두산은 23일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1170만주(18.05%)를 주당 8만1000원에 처분하는 주가수익스왑(PRS) 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확보 금액은 총 9477억원이다. 두산은 3분기 말 기준 1조2171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지분 매각을 포함하면 총 2조1648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두산이 지난 1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실트론 인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한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SK실트론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두산이 100%가 아닌 70.6% 지분을 인수한다는 점, SK실트론 순차입금이 2조400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확보한 현금만으로도 인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산 주가가 연중 고점 대비 약 28% 조정받은 배경을 북미 주요 고객사의 주가 부진과 SK실트론 인수 변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짚었다. 다만 그는 수요 흐름 자체는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NVL72 출하 증가와 함께 TSMC CoWoS Capa 기준 북미 고객사의 비중이 지속 확대되고 있어 구조적 수요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H200 수출 승인 이후 북미 고객사 주가가 반등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 연구원은 "북미 고객사의 리레이팅과 실적 추정치 상향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자BG 실적 모멘텀도 주목했다. 두산 전자BG는 블랙웰(Blackwell) 플랫폼에서 경쟁사 대비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은 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차세대 GPU 아키텍처 루빈(Rubin)에서도 블랙웰의 공급망이 상당 부분 계승될 전망이다. 여기에 CCL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규 GPU 고객사와 다수의 ASIC 고객사를 확보하며 고객 다변화도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양 연구원은 두산 전자BG의 기업가치를 약 15조7000억원으로 산출(2026년 순이익 6070억원·EMC·Shengyi 평균 PER 25.8배 적용)한 바 있다. 반면 현재 두산의 시가총액은 약 12조6000억원 수준이다. 다른 사업 및 지분 가치를 0으로 가정하더라도 전자BG 가치만큼도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SK실트론 인수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단기 우려는 이해되나 재원 조달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전자BG의 구조적 실적 개선 흐름도 뚜렷하다"며 "현재 주가 조정은 오히려 비중 확대 기회"라고 강조했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