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미디어촌·창원 현동·원주 푸른숨 등 분양전환율 최저 1%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제한적 입지 여건...분양전환 포기 속출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3년간 분양전환을 실시한 공공임대주택을 분석한 결과, 전국 68개 단지 중 16개 단지에서 분양전환율이 5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단지에서 분양전환이 절반도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는 임차인이 분양전환을 위한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는 동안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분양전환 시 제시되는 분양가가 당초 기대보다 크게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이 일반분양 아파트에 비해 역세권 등 우수 입지에 조성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분양전환 부진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실(대전 중구)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LH 임대주택 분양전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2025년 조기 또는 만기 분양전환이 이뤄진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총 16개 단지의 분양전환율이 5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단지에서는 임차인 두 명 중 한 명꼴로 임대 주택을 분양받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 제도는 소득·자산 기준이 일정 수준 이하인 무주택 서민에게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과 임대료로 5년 또는 10년간 주택을 임대한 뒤, 해당 기간이 지나면 기존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민간임대주택과 구별된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자가 주택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 도입 취지가 현장에서 충분히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5년 임대 후 분양전환이 실시된 강원 지역 단지들의 성적표는 특히 저조하다. '강릉 미디어촌 6단지(전용 59㎡)', '강릉 미디어촌 7단지(74·84㎡)', '강릉 선수촌 8단지(74㎡)'의 분양전환율은 각각 3%, 1%, 1%에 그쳤다.
경남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원 현동 휴튼(74㎡)'은 2023년 4월 7년 임대 후 분양전환을 실시한 데 이어, 이달부터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누적 분양전환율은 5%에 불과하다.
강원 '원주 푸른숨 9단지(51·59㎡)'는 2022년 12월 5년 임대 후 분양전환, 2024년 9월 7년 임대 후 분양전환을 실시했다. 그 결과 51㎡ 유형은 22%, 59㎡ 유형은 29%의 분양전환율을 기록했다. 전남 '목포대성 1단지(39·51㎡)'는 2021년 7월 5년 임대 후 분양전환, 2023년 11월 7년 임대 후 분양전환을 진행했다. 유형별 분양전환율은 39㎡가 17%, 51㎡가 30%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각 사업장의 분양전환율은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2-1생활권 M3블록(59·74·84㎡)' 20~25% ▲경기 '화성동탄2 A65블록(74·84㎡)' 24~27% ▲충북 '혁신도시 7단지(74·84㎡)' 23~29% ▲대구 '옥포 3단지 B-1블록(64·74·84㎡)' 24~31% ▲경기 '부천옥길 B1블록(74·84㎡)' 25~35% ▲경기 '평택소사벌 B-5블록(74·84㎡)' 33~38% ▲대전 '대덕죽동 5단지(51·59㎡)' 24~38% ▲대전 '관저5 다온숲S1블록(51·59㎡)' 34~36% ▲충북 '혁신신도시 4단지(59㎡)' 41% ▲경북 '영천 문외 센트럴타운(39·51㎡)' 33~54% 등이다.
이들 단지의 분양전환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분양가 부담이 꼽힌다.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의 분양가는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 선정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산정된다. 감정평가는 분양전환 시점의 인근 시세 등을 반영해 이뤄진다. 5년 임대 후 분양전환 주택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이,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주택은 감정평가금액 자체가 분양가로 적용된다.
문제는 분양전환 시점의 시세가 임차인의 예상보다 크게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임차인이 의무 거주기간을 채우는 동안 주변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분양전환 분양가 역시 함께 뛰게 된다. 특히 5년형의 경우 분양가가 건축비와 택지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주택 가격에서 임대기간 중 감가상각비를 차감한 금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지만, 10년형에는 이러한 상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애초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은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교적 완화된 조건으로 자가 취득이 가능하다는 기대 속에 제도를 선택했다. 그러나 분양전환 시점에 예상보다 높게 책정된 분양가는 임차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울 핵심지처럼 수요가 탄탄한 지역이라면 차입을 감수하고서라도 분양전환을 선택할 여지가 있지만, 비선호 지역에서는 분양가 부담이 곧 분양전환 포기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입지 경쟁력이 낮다는 점도 분양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개인이 상당한 분양가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분양전환을 선택하기에는 교통·생활 인프라가 열악한 단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LH는 제일 좋은 자리에는 일반분양 주택을 짓고, 공공임대는 구석에 있는 안 좋은 장소에 몰아서 짓는다"며 "공공임대주택을 역세권 등 좋은 지역에 공급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입지 한계가 뚜렷하다. 대구 달성군 '옥포 3단지'는 가장 가까운 대구지하철 1호선 설화명곡역까지 도보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며, 지역 중심지인 반월당역 인근까지도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가량 이동해야 한다. 대전 '관저5 다온숲 S1블록'은 핵심 생활권과 거리가 있고, 학군 경쟁력 역시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충북 진천의 '혁신도시 7단지'도 타 지역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교통 여건을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 서민 주거 안정과 자가 취득의 디딤돌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분양전환율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양가 산정 방식과 입지 선정 단계부터 실수요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 전반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이 '내 집 마련의 사다리'로 기능하려면 가격과 입지 모두에서 체감 가능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