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해외미군 감축 시도 봉쇄…80억 달러 증액 통과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상원이 17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한 9010억 달러(1330조 원) 규모의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NDAA)을 최종 통과시켰다. 법안은 백악관이 요청한 국방 예산보다 80억 달러를 증액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군 현대화 정책을 뒷받침하면서도, 대통령의 독단적인 해외 주둔 미군 감축 권한에는 강력한 제동을 거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찬성 77표, 반대 20표의 압도적 지지로 가결된 법안은 배정된 예산을 한국 주둔 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또 한미 양국이 이미 합의한 한미연합사령부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이양 계획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지휘 체계를 재편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금지했다.
의회가 매년 주요 국방 정책과 관련 예산을 명시한 연례 법안인 NDAA에 국방부 예산 사용을 제한해 행정부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감축 시도를 저지하는 조항이 NDAA에 포함된 것은 1기 트럼프 행정부 이후 5년 만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방위비 분담금을 지렛대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해 온 것에 대한 의회 차원의 '정책적 안전장치'로 풀이된다.
주한미군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유럽 주둔 미군에 적용됐다. 법안은 최근 독일, 루마니아, 폴란드 주둔 미군 병력 감축 결정에 대한 반발을 반영해, 유럽 주둔 미군을 7만6000명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만약 국방부가 나토(NATO) 동맹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45일 이상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업무 및 여행 예산 25%를 즉각 동결하는 '초강수' 조항을 포함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국방부의 '전쟁부(Department of War)' 명칭 변경안은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반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폐지와 기후 변화 대응 예산 삭감 등 보수 성향 조항은 대거 반영됐다. 우크라이나(8억 달러), 이스라엘, 대만 등에 대한 군사 지원 예산도 유지되어 기존의 동맹 지원 기조를 이어갔다.
이밖에 법안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행한 중남미 마약 밀매업자 소탕 작전의 영상 및 관련 자료를 의회에 제출할 때까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해외 순방 예산 25%를 보류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현지 언론은 이번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에 대한 초당적 견제책이라고 평가하면서 의회가 미군의 해외 작전 투명성을 강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적인 군사행동에 제도적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국방 정책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며 "국방부가 향후 한국과 유럽에서 병력을 감축하거나 지휘 체계를 재편할 때 반드시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평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표결 결과가 "신형 잠수함, 전투기, 드론 기술 등을 포함한 국방비 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데 대한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법안은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의제와 상충하는 '철군 제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증액된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할 전망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