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별도 신문고 마련해
김 담당관 "직원 모두 고생해 송구"
"처장 지시 빠르고 명확했던 덕분"
"정보화 부서 역할 주목받아 기뻐"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한 인물을 콕 집어 "박수 한번 주시라"고 요청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당시 국민신문고가 중단되자 '식의약 국민신문고'라는 별도 온라인 신고 창구를 만들어 화재로 인한 민원인 불편을 줄인 김익상 식약처 정보화담당관이 그 주인공이다.
김 담당관은 지난 17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약처에서 <뉴스핌>과 만나 "국정자원 화재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됐다"며 "국민 불편과 공무원 행정 지연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담당관은 "식약처 직원들이 함께 고생했는데 혼자 주목받아 부끄럽다"며 공을 오유경 식약처장과 직원들에게 넘겼다. 그는 "처장님도 칭찬받고 저희도 칭찬받으니 직원들 사기가 올랐다"며 "식약처에서 전산을 담당하는 분들이 조명을 받기 쉽지 않은데 저희가 한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강조했다.

-정보화담당관은 어떤 부서인가
▲ 식약처 내에서 정보화 분야 살림꾼이다. 저희는 대국민 접점 부서는 아니다. 다만 식약처 내 PC와 프린터 같은 정보화물품 구매·관리, 정보 시스템 구축·운영,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보호 등을 맡는다.
- 이 대통령이 호명하는 순간 어땠나
▲ 업무보고 내용에 제가 담당하는 과제가 있어 배석 중이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석 달 전 일을 말씀하셨고, 오 처장님께서 제 이름을 부르실 땐 당황스러웠다. 제가 한 일에 비해 칭찬을 크게 받는 것 같아 걱정도 됐다. 식약처에 저 말고도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 당시 식약처 직원들이 함께 고생했다. 다른 부처보다 '반발' 빨랐을 뿐인데 칭찬을 이렇게 많이 받을 줄은 몰랐다.
- 주변 반응은
▲ 30년 지난 대학교 동기들이 유튜브와 방송을 보고 축하한다는 연락이 온다. 아내는 가발을 쓰라고도 한다. 아들과 딸은 무덤덤한 것 같다. 민망하고 얼떨떨하다. 공무원은 고생한다고 해서 모두 칭찬받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처장님도 칭찬받고 저희도 칭찬받으니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갔다.
- 소감은
▲ 전산을 담당하는 분들이 조명받기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노력을 인정받아 저도, 직원들도 기쁜 마음이다. 정진수 사무관, 이상훈 사무관, 조미영 사무관, 곽아인 주무관, 안건호 주무관, 김의호 주무관, 서지노 주무관, 김주철 주무관 등 정보화 직원분들이 당시 고생을 많이 했다.
- 다른 부처보다 '반발' 빠를 수 있었던 비결은
▲ 식약처가 식품 의약품 사고 대응에 경험이 많다 보니 여실히 발휘된 것 같다. 오 처장님이 명확한 지침을 주셨고, 직원들도 날을 새가면서 고생했다.
- 처음부터 화재 대응에 기민하게 대응했나
▲ 처장님의 지시가 명확하고 단호했다. 화재가 발생한 26일 저녁, 직원으로부터 대전 국정자원에 불이 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공무원 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라 국장님과 처장님께 보고했다. 다행히 식약처 서버는 괜찮았다. 다음 날인 27일 출근해 전산실을 점검했다. 1분마다 확인하는 네이버 모니터링 서비스 기록도 확인했다. 처장님도 나오셔서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이후 처장님께서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실, 전산실, 사이버안전센터를 점검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고 식약처 시스템은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 식약처에서 27일 바로 주의 발령과 심각 발령을 연이어 내렸는데
▲ 행정안전부에서 저녁 8시에 모든 부처 실·국장이 참석하는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 그때 대전센터 7 전산실에 있는 서버가 모두 전소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장님이 처장님께 보고드렸고 바로 간부 회의가 열렸다. 국민신문고가 먹통이고 일상 행정업무에 쓰는 전자문서, 메일 등 대부분 시스템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처장님께서 당장 월요일에 발생할 민원인 불편과 혼란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었다. 정보화담당관에는 국민신문고는 대체 온라인 창구를 만들라고 지시하셨고, 혁신행정담당관에는 수기 공문서를 주고받아야 하는 공무원 혼란을 줄이기 위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다음 날(28일) 오후에 보자고 하셨다. 사고를 여러 번 경험하시다 보니 월요일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포인트를 아셨던 것 같다. 그런데, 전산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시스템을 반나절 만에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지시가 있어도 반나절 만에 가능한 일인가
▲ 모두의 도움이 있었다. 직원들과 바로 의견을 모으는데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직원이 식약처 홈페이지에 민원 상담 예약 기능이 있는데 복사해 빨리 만들면 된다는 아이디어를 내 시도했다. 민원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걸 온라인으로 입력하여 신청할 수 있고 처리 부서에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국민신문고는 이 작은 시스템을 키워놓은 것이다. 전산 유지보수하는 업체도 퇴근하지 않고 밤을 새우면서 함께했다. 약 10시간 만인 28일 오전 8시에 1차 개발을 마쳤고 12시에 처장님께 시연했다.
- 이 대통령은 무엇을 칭찬했나
▲ 화재 이후 월요일부터 큰 국민 불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행정을 잘 아시는 대통령께서 반나절 만에 온라인 신청 창구를 만드는 어려움을 아셨던 것 같다. 기존 국민신문고를 이용하던 식의약 민원인은 서면 양식을 작성해 식약처에 팩스로 제출해야 해 불편이 불가피한데 공무원이 밤을 새서 민원인 불편을 줄인 그 적극성과 신속성을 칭찬하신 것으로 생각한다.
- '식의약 국민신문고'가 안 만들어졌다면
▲ 국민이 어디에 민원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국민신문고는 화재로 소실되어 당연히 접속이 안 될 것이고, 식약처 홈페이지에는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 안내만 있었을 것이다. 민원인은 한글 파일에 수기로 써서 우편이나 팩스로 제출해야 한다.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함이 매우 크다.
-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재난 대응 단계 해제까지 어떤 생각으로 일했나
▲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민원인은 불편할 것이고 공무원도 사실상 일하기가 어려웠다. 공무원 입직 이래 20년간 전산시스템 없는 행정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월요일이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뻔했다. 저희 잘못은 아니지만 정보화 담당 조직으로서 내 옆에 직원한테 파일 하나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은 정말 큰 일 이었다.

- 내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 정부에서 사고가 나면 해야 할 후속 조치가 많다. 통합식품안전정보망, 수입식품통합시스템, 의약품통합관리시스템, 의료기기통합관리시스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 식약처 대표 누리집 등 7종에 대한 원격지 이중화(DR) 시스템 예산이 시급하다. DR 시스템은 화재·지진 같은 재해로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실시간으로 정상화하는 시스템이다. 428억 원이 든다.
- 다른 부처보다 식약처에서 유독 필요한 이유가 있나
▲ 국민 일상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시급하다. 우리나라에는 수입 식품이 하루에 4000건이 들어온다. 수입 수산물, 농산물은 신선도가 중요한 경우 시간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데 수입식품통합시스템이 중단되면 수입식품 영업자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약류통합관리 시스템은 사람의 생명과 연결된다. 행정적으로 보면 보고 시스템이라 나중에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저희가 받은 정보로 의사들이 확인해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환자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데 데이터 복구가 안 되면 불법으로 마약류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고 여러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맞으러 다니는 환자들을 막을 수 없다.
- 앞으로 포부는
▲ 식약처에서 국세청 홈택스와 같이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전산 체계를 만들고 싶다. 특히 내년에 시작하는 '의약품 AI 심사관'은 의약품 허가 심사 체계에서 획을 긋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28만쪽의 자료가 들어오면 AI가 자료를 번역하고 요약하며, 정해진 목록에 따라 심층 분석을 한다. 심사관이 허가 신청자료를 열어 볼 때 이미 기본 검토가 돼 있다. AI가 심사 행정에 들어오면 심사관 개개인의 역량이 한층 커진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은
▲ 우영택 국장님(기획조정관)이 생각난다. 모든 직원들이 고생했지만 국정자원 화재 직후부터 긴 추석 연휴기간 동안 날마다 나오셔서 회의를 주관하시고 이것저것 챙기시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저만 주목받아 송구하다.
김 담당관은 삼성SDS에서 7년 8개월을 일했다. 이후 식약처에 2005년도에 입사해 통합식품안전정보망,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수입식품통합시스템(전자심사24 기획), 실시간식품정보확인서비스(푸드 QR) 구축에 힘썼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