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80% 점유율...중국 수요 확대 시 호재
차세대 칩은 제외...단계적 규제 완화 신호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장악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미국의 안보 이익을 전제로 엔비디아가 중국과 제3국의 승인된 고객에게 H200을 출하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0 판매 금액의 25%가 미국에 지불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 재정 수입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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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지난 10월 열린 제27회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의 HBM4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2 ryuchan0925@newspim.com |
H200은 중국 전용으로 판매되던 저사양 칩 H20보다 성능이 크게 개선된 제품으로, 엔비디아의 전 세대 아키텍처인 '호퍼' 계열 가운데 최고 수준의 처리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블랙웰·루빈 등 차세대 제품은 이번 허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HBM 수요 확대를 촉발해 2차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H200 한 개에는 최신 규격인 HBM3E이 6개 탑재된다. 중국 클라우드·인터넷 기업들이 H200 도입을 확대할 경우, 자연스럽게 국내 HBM 출하량도 늘어나 메모리 부문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 재개가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 견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AI 칩의 중국 수출이 막히면서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 현지 업체들이 자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AI 관련 설계·제조 역량이 일정 부분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 엔비디아 H200이 다시 중국 시장에 풀리면 고성능 AI 칩 수요가 미국산 GPU와 이를 뒷받침하는 한국산 HBM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물론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자국산 칩 사용을 선호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H200 수출 허용이 실제로 어느 정도 물량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그럼에도 당장 중국 빅테크와 AI 스타트업 사이에서 최신 AI 칩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AI 서버·클라우드 투자가 재개될 경우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엔비디아가 H200을 계기로 중국향 고성능 AI 칩 라인업을 넓혀갈수록 국내 업체들의 수혜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대중국 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될 경우 중국 내 GPU 수요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중국 업체들의 자체 GPU 설계 시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은 GPU 제조 부문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