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너 예전에 살던 집 재건축하더라. 후회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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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중기부 최현민 기자 |
최근 모임에서 들은 이 한마디가 유난히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랜만에 만나 나눈 가벼운 인사치레 같은 말이었지만, 아직까지 마음 한켠에 남아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이런 말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지금의 판단까지 흐트러뜨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떠올릴 때 종종 실제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한다. 예전에 살던 동네를 지나다 지금은 수직으로 치솟은 새 아파트 가격을 보면, 마치 그 잠재력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듯 아쉬움을 되새긴다. 하지만 그때 정말 시장 흐름을 읽고 있었는지, 금리나 경기 상황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불과 십여년 만에 집값이 수십배가 오를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수년 전, 결혼을 앞두고 "작은 집이라도 사두는 게 좋다"던 누군가의 조언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결국 전세를 선택했지만, 당시 매수를 고민하던 집이 지금은 2억원 가까이 오른 모습을 볼 때면 그때의 나를 원망하면서도 왜 그 선택을 하지 못했는지 곱씹게 된다.
문제는 이런 감정이 현재의 선택까지 흔든다는 데 있다. 누군가 "요즘 집값 많이 오르더라"라는 말 한마디에 겉으로는 축하의 말을 건네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시장이 잠잠할 땐 관망하던 사람도 새로운 대책이 나오거나 정권이 바뀌는 순간 갑자기 '이번엔 또 어디가 먼저 오를까'부터 계산하며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이런 감정적 판단으로 접근하기엔 더 복잡해졌다. 고금리 기조는 길어지고, 지역별 격차는 극심해졌다. 서울 일부 지역은 여전히 신고가를 경신하지만,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계속 쌓인다. 그래서 시장엔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조급함과 '아직은 아니다'라는 신중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그만큼 불확실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후회'가 유독 강하게 작동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집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자 한국 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오른다"고 여겨지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선택은 그대로 현재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때 샀어야 했다"는 말은 결국 결과론적인 얘기다. 그 당시의 재정 여건, 시장 분위기,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지금의 가격만 과거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그 기준으로 지금의 선택까지 몰아붙이면 또 다른 후회를 만드는 길일 뿐이다.
결국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지만, 어떤 길을 택하든 결과를 알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지나간 순간을 붙잡는 후회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일이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min7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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