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협의체 가동에도 "연금은 세금 아니다" 비판 제기
771조 해외자산을 외환 관리 수단으로…실효성 의문
정부 '동원 아니다' 강조에도 기금 독립성 침해 우려
전문가들 "국민 노후자금으로 환율 방어 위험한 접근"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정부가 1400원대의 고환율 안정화 방안으로 국민연금을 투입하겠다는 '고육지책'을 들고나오면서 기금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강제성을 띤 '동원'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에 손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가 본격 가동된다. 전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시스템을 '뉴 프레임워크'(새 기본틀)로 명명했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단일 플레이어 중에서는 '최대'라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전 세계 연기금 중 세 번째로 크고,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으며, 보유 해외자산이 외환보유액 631조원보다 많은 771조원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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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뉴욕증시가 AI 기대감으로 3대 지수가 동반 상승 마감한 가운데, 27일 오전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59.15포인트(1.49%) 상승하며 4020.02로, 코스닥은 4.77 포인트(0.54%) 상승한 882.09으로 장을 시작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0.60원 하락한 1465.00원에 주간거래를 시작했다. 2025.11.27 yym58@newspim.com |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액은 2016년 150조원에서 10년 만에 약 5.1배 느는 등 꾸준히 증가해오고 있다. 해외주식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486조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12.8% 급증했다. 해외 투자에 따른 달러 유출이 정부의 환율 방어에 부담이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대체투자·해외주식·해외채권을 포함한 국민연금 해외투자액은 약 771조원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약 628조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외환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 부총리는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큰 연금의 해외 투자가 단기에 집중되면서 물가 상승, 구매력 약화에 따른 실질 소득 저하로 이어질 경우 국민 경제 민생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성격에 있다. 정부가 환율 안정이라는 거시경제 목표를 위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운용에 개입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 방식이라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하기 위한 뉴 프레임워크 구축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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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2025.11.26 photo@newspim.com |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대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을 대는 접근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국민연금은 세금도 아니고, 국민이 낸 일종의 재산권에 해당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전략적 자산 배분을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국민연금이 동원할 수 있는 외환 자산이 정부 추정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위원은 "채권 등 투자로 묶여있는 자금이 대부분이며, 가용할 외환 자산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결국 국민연금의 수익률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수출보다는 자본의 거래나 이런 것들을 이런 흐름이 좀 과도하지 않은지 볼 필요는 있다"며 "단기적으로 원화 유출을 막기 위한 문제로만 접근하지 말고, 이번을 기회로 해서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국책기관의 연구원은 "정부가 밝힌 계획은 환율 방어에 사실상 국민연금을 동원하겠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다만 지금은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시점으로, 달러 강세 흐름이 있는 부분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