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우리는 (민족적) 존엄성을 잃거나 또는 핵심 파트너(미국)을 잃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항복'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종전 협상안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계속 러시아에 맞서 싸우든지 둘 중 하나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 |
| [뉴욕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하고 있다. 2025.09.25 kckim100@newspim.com |
젤렌스키 대통령은 2004년 오렌지 혁명과 2013년 유로마이단 혁명을 기념해 '존엄성과 자유의 날(Day of Dignity and Freedom)'이라는 공휴일로 지정된 이날 TV로 방영된 10분짜리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금은 우크라이나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라며 그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의 파트너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답변을 조만간 듣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어떤 결정을 하든 대통령 취임 선서 때 한 맹세, 즉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이익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원하지 않거나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을 방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관리들은 이번 주말과 다음주에 필요한 만큼, 24시간 내내 미국의 계획을 개선하기 위해 일할 것"이라며 "모든 것 중에 최소한 두 가지, 즉 우크라이나인의 존엄성과 자유가 빠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 영토, 국민, 그리고 미래가 모두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러시아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적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면서도 "우리 국민들이 매일 계속되는 러시아 공격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물론 강철로 만들어졌지만 어떤 금속도 아무리 강해도 모든 것을 견딜 수는 없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측과 조율을 거쳐 마련한 이번 협상안은 그 동안 러시아가 주장한 내용이 상당히 포함돼 있고, 우크라이나 측에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우크라이나군이 아직도 러시아 공격을 막아내며 지키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州) 북서부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고, 향후 우크라이나 병력 규모를 80만명에서 60만명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우크라이나의 최대 숙원이었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영원히 금지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고,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언어로 채택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협상안에 동의하면 전후 재건을 위해 러시아 동결 자산이 일부 제공되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참여하는 안전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협상안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아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나왔다"면서 "젤렌스키 행정부는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있고, 전장은 러시아군으로부터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으며, 겨울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러시아 공습으로 전국의 전력망이 마비되고 있고, 민간인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