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공시행제 수용성 낮자 '공공대행형 정비모델' 첫 제시
시공사 선정·공사비 협상 공공이 맡고 최종 판단은 주민몫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공공참여 정비사업의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대행형 정비사업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존 공공시행제도는 주민 의사결정권 축소와 공공임대 비율 강화 등으로 인해 주민 수용도가 낮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산연은 공공 전문성을 활용하면서도 주민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고, 공공 참여 정비사업의 효과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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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도시정비실장이 19일 열린 '도시정비 활성화 및 신속추진을 위한 공공역할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도시정비 활성화 및 신속추진을 위한 공공역할 강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영희 기자] |
◆ "집값 잡으려면 공급부터 늘려야" 건설업계·정치권 한목소리
주산연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정)·안태준 의원(경기 광주시을), LH서울지역본부와 공동으로 '도시정비 활성화 및 신속추진을 위한 공공참여 촉진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대우건설 회장)은 축사를 통해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수요가 높은 핵심 주거지역에 대한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며 "정부가 문제를 인지하고 '9.7 대책'과 수속 조치를 발표했으나,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지 주택 공급 수단에 대한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주택공급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현장 과제 해결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조합운영의 투명성 및 전문성 강화, 주민 간 갈등 최소화, 공공·민간 협력 기반의 정비사업 지원 모델 마련, 정비사업이 초래하는 사회기반시설 수요 증가에 대한 균형 잡힌 대응 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개회사를 맡은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주택 가격 오름세를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도입하거나 허가를 막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라 결국 공급 확대가 따라오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며 "기존에 사업이 잘 되는 지역보다는 어려움을 겪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공이 대신 추진해도 결정은 주민"…정비사업 새 판 짠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도시정비실장은 서울 등 대도시권의 불안정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요억제 대책보다 빠른 공급 확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택지지구·신도시 조기 공급을 위해 연구원이 제안한 '주택공급 특별대책지역'의 제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공공주도형 정비사업은 수차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제 적용은 저조한 상황이다. 서울에서는 2021년 32개소, 경기에서 7개소가 공공시행제도 적용 사업장으로 지정됐지만 공공방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주산연이 최근 서울 48개 정비사업 추진위원회 및 조합 집행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드러났다. 응답자의 78.7%는 "조합의 전문성 제고와 협상력 강화를 위해 공공참여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공공시행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31.9%에 그쳤다.
공공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는 ▲조합원 이익 침해 우려(45.8%) ▲조합 의사결정권 축소(43.7%) ▲공공기여 증가로 인한 사업성 저하(39.6%) 등이 지적됐다.
주산연은 주민의 권한을 보장하면서 공공의 전문성도 활용할 수 있는 '공공대행형 정비사업제도'를 새 모델로 제시했다. 시공사 선정부터 공사비 조정까지 핵심 결정 사항은 반드시 주민 동의를 거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시공사 선정 업무는 공공이 대신하되 공사비 수준이나 품질 기준을 결정할 때는 조합 의견을 반영하고, 계약 전 주민 동의를 받도록 했다. 공사비 증액 협상도 공공이 진행하지만 최종 판단은 주민 몫이다.
감정평가·환경영향평가 등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용역 선정은 기존처럼 조합이 담당하고, 교통영향평가·재해영향평가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공공이 맡는다. 조합과 공공이 역할을 분담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중요한 방향 설정은 조합의 권한으로 남겨둔 셈이다.
조합원 이익 침해 우려를 줄이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일반분양분 건축비를 조합원 부담 건축비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공공임대 비율도 조합방식과 동일하게 유지한다. 지구 내 국공유지는 공공대행자가 먼저 매입해 조합 부담을 줄이고, 기반시설비 국비지원·기부채납 완화 등 기존 인센티브도 그대로 유지한다.
여기에 ▲조합운영비 대여 ▲사업비 조달 시 주택도시기금 등 공공자금 지원 ▲공공의 일정 비율 직접지원·보증지원 ▲일반분양 미분양 시 공공의 매입확약 ▲보상협의·수용재결 대행 ▲재건축초과이익환수 50% 감면 등 추가 인센티브도 제시됐다.
이 실장은 "공공대행형 제도가 도입될 경우 주민 수용성이 크게 높아져 정비사업 속도가 전반적으로 빨라질 전망"이라며 "강남권처럼 사업성이 높은 지역뿐 아니라 도심 외곽처럼 수익성이 낮고 주민 부담이 컸던 지역까지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존 대형 건설사 중심의 정비사업 시장에 중흥·반도·호반·금강 등 중견 브랜드 건설사의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