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일 헌법존중 정부혁신TF 본격 가동
기재부 등 12개 기관에 집중 점검 대상 지정
기관별 자체 조사 후 결과 취합해 '인사 반영'
중앙부처 내부 긴장감↑…보복성 조치 우려
[세종=뉴스핌] 김기랑 이정아 양가희 기자 = "솔직히 대부분은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편하지는 않아요. 다들 괜한 오해 사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정부가 '12·3 비상계엄'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출범한 이후, 세종 관가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공직자 대부분이 비상계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그 사실이 불안감을 완전히 덜어주지는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총리실은 TF를 통해 49개 중앙행정기관을 전수 조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세종 중앙부처를 비롯한 12개 기관은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각 기관은 내부에 자체 조사 TF를 구성해야 하는데요. 이후 총괄 TF가 각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오는 2월까지 인사 조치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 |
| [일러스트=챗GPT] 2025.11.12 rang@newspim.com |
TF는 지난해 12월 3일을 전후한 10개월간 비상계엄을 모의·정당화·은폐한 행위 전반을 살필 계획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공직자들의 업무용 PC와 서면 자료 등을 모두 열람할 수 있는데요.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되, 의혹이 있는데도 협조하지 않을 시 대기 발령·직위 해제 후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TF 가동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내란에 관한 문제는 특검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조사)할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습니다. 반면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인데요. 같은 날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작 (이재명 대통령) 자신은 돌아보지 않은 채 공직자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세종 관가는 어떤 시선으로 내란 TF를 바라보고 있을까요. 일단 비상계엄에 직접 관여한 공직자가 거의 없는 만큼, 표면적으로는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근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데요. 혹시 '엮이지 않을까' 조심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부처의 한 공무원은 "조사 방식에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고, 인사가 달려 있는 문제라 스스로 비상계엄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공직자들도 있습니다. 모 부처 관계자는 "공직사회 내 불신이라는 명분으로 공무원들을 솎아내고 통제하려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 전 정권에 꾸준히 헌신했던 공직자들에게 '경고'를 주는 게 아닌가 싶다. 보복성 심리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농담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한 부처의 사무관은 "동기들끼리 농담으로 '충암고' 출신들이 잡혀가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충암고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신 학교입니다. 또 TF 이름이 '헌법 존중'이란 점을 비꼬면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TF', '문화대혁명 한국판 TF'라는 비아냥 섞인 작명을 내놓기도 하는데요.
각 기관들이 자체 조사 TF를 운영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습니다. 각 조직 내에서 서로를 고발하는 '투서'가 난무할 수도 있다는데요. 한 부처의 간부급 공무원은 "인사를 담당하다 보면 터무니없는 제보들을 많이 받게 된다. 각 부처 내에서도 경쟁자 등을 제거하기 위한 투서들이 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 |
| [사진=뉴스핌DB]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정부세종청사 출입문이 이날 오후 11시40분께 폐쇄됐다. 2024.12.03 plum@newspim.com |
특히 분위기가 좋지 않은 부처는 집중 점검 대상 중 하나인 '기재부'입니다. 비상계엄 이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맡으면서, 기재부가 국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었는데요. 이번 조사가 자칫 현 정권의 책임 추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큽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기재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데요. 그는 최근 조직 개편에서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겠다고 결정짓기도 했습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계엄 당일 F4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와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했던 참석자들을 먼저 조사할 것 같다"며 "내부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최악이다. 기재부를 이렇게까지 미워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세종 관가의 분위기는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나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이번에도 누군가는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늘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유독 역설적입니다. '헌법 존중'이라고 명명한 TF가 정작 공직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듯 보이니까요.
'공직사회 신뢰 회복'이란 커다란 대의를 품고 시작된 조사가 공직자들에게 전 정권에 대한 어떤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그 피해는 결국 정부 자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신뢰를 잃은 정부는 아무리 많은 TF를 만들어도 혁신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