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판매 부진·美 관세·반도체 부족 겹쳐
구조조정 진전에도 흑자 전환은 요원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경영 재건 중인 닛산자동차가 2025년 9월 중간 결산(상반기)에서 최종 손익이 2000억엔(약 1조9000억원)을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판매 부진과 미국의 고율 관세, 반도체 부족 등 '삼중고'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닛산은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적 회복의 길은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 국내외 판매 부진 심화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사장은 6일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복수의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실적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판매는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10% 이상 줄었고, 금융 부문을 제외한 자동차 사업의 영업이익은 1766억엔 적자로 전년보다 악화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회복 조짐도 나타났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은 25억엔 흑자로 전환됐으며, 브랜드 신뢰도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는 3년 만에 출시한 신형 경차 '룩스'가 발표 6주 만에 1만5000대의 주문을 받는 등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중국에서도 연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 등 신차 3종을 투입해 반등을 노린다.
![]() |
| 닛산자동차 브랜드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관세·환율 변동 '이중 타격'
하지만 본격적인 재건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시장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고관세 부담을 흡수하며 가격 인상을 미루는 '체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닛산의 경우 관세 부담으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영업이익이 2750억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변동도 1150억엔의 감익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관세 영향을 제외하면 손익은 균형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의 관세 조치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닛산은 올해 5월 발표한 경영 재건책 'Re닛산(Re-Nissan)'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원자재비 절감 등으로 11월 시점에 2000억엔 규모의 절감 효과를 확보했으며, 공장 폐쇄와 본사 매각 등으로 2025년도 말까지 1500억엔 이상의 고정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도까지 5000억엔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
| 민트그룹과 KKR 컨소시엄에 매각된 닛산 본사 [사진=블룸버그] |
◆ 반도체 공급난 '새로운 불안 요인'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둘러싼 공급망 불안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자본이 투자한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수출 규제 여파로, 닛산은 가나가와현 오파마 공장과 후쿠오카현 규슈 공장에서 수백 대 규모의 감산에 들어간다.
제레미 파팽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상황이 유동적이며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닛산의 재건은 구조조정의 완결성과 판매 회복에 달려 있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미래 발전을 위한 토대는 이미 마련됐다"며 경영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관세와 환율, 공급망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닛산의 재건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