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필리버스터 폐지 요구에 '반대' 입장 분명히 밝혀"
폴리티코 "트럼프, 집권 1년 만에 레임덕 시기 들어가"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필리버스터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폐지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 이례적으로 백악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것과 맞물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년도 안돼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빠져들어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상원 공화당 의원들, 1년 넘게 트럼프에 예스(Yes)만 말해오다 이제는 노(No)라고 답해'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에서의 53대 47 공화당 우위를 활용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을 끝내고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수의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백악관 조찬 회동에서 "필리버스터 폐지는 정부 셧다운을 끝내고 공화당의 입법 추진력을 강화할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화당이 추진하는 우편투표 제한과 유권자 신분증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폐지를 촉구했다. 의사규칙 변경을 통해 필리버스터 종결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현재 60명에서 단순 과반(51명)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는 "필리버스터는 상원의 정체성을 보장하는 제도"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미치 매코널 전 원내대표(켄터키) 역시 "그건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일축했다. 많은 의원들은 필리버스터가 하원과 차별화된 상원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수당의 의견이 반영되는 유일한 안전장치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여기다 필리버스터 폐지가 지금 당장은 공화당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순간 완전히 역풍을 맞게 된다는 점도 의원들이 주저하는 배경이다. WSJ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 15명은 필리버스터를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6명 가량만이 변경 또는 폐지에 찬성했다.
폴리티코도 '도널드 트럼프가 레임덕 시기에 들어갔다'는 기사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은 곧 물러날 것이며 그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 4일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이후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가 결국 재선 포기를 선언한 돈 베이컨(공화·네브레스카) 하원의원은 이번 지방선거가 공화당에 보내는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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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월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 연설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조찬 모임 이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없애야 한다고 믿지만, 일부 동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들이 나를 오래 지지해온 공화당 의원들인데, 이 문제로 관계를 잃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백악관 윤리감시기구를 이끌 후보자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 이후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낙마하기도 하는 등 변화의 조짐은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하고 본격적으로 나서면 대부분의 사안에서 결국 그의 뜻이 관철되어왔다고 WSJ은 지적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