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은행 단축근무로 콜센터 부담 가중
4.5일제 도입 시 대책 필요하지만 관련 논의 없어
노란봉투법 시행에 부당업무 시 콜센터 노동쟁의
사회적 논의 통한 대책 시급, 금융노조 "적극 논의"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노사 합의로 금융권 주 4.5일제 선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콜센터 업무 폭증 등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후속 대비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은행권 콜센터의 독자적인 노동쟁의도 가능해진만큼 업무 부담 과중을 해소할 선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노사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은 금융권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태스크포스(4.5일제 TF)를 이르면 연내 구성하고 구체적인 현안을 다룰 계획이다.
4.5일제 TF는 금융노사 합의사항이다. 양측은 앞선 22일 4.5일제 도입을 위한 노사 기본선언문 채택, 임금 3.1% 인상, 금요일 1시간 퇴근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2025년 산별중앙교섭'에 최종 합의하며 지난 4월 8일부터 시작된 6개월간의 협상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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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5.10.23 peterbreak22@newspim.com |
금융노조는 이번 TF를 발판으로 내년 산별교섭에서도 4.5일제 도입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사협은 단계적인 금융권 노동시간 단축에는 동의하나 4.5일제 도입 시기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는 등 노조와 온도차이는 있다.
노동계는 금융권의 선제적인 4.5일제 도입 추진에 대해 환영 일색이다.
하지만 은행 근무 시간 단축에 따른 민원 폭주, 특히 콜센터 업무 급증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고객 불편은 물론, 자칫 대규모 업무 혼란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16개 은행 콜센터 직원 규모는 6700명 수준이며 이중 87%가 비정규직(하청)이다. 이들은 금융노조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금융노사 산별교섭에서도 콜센터 노동환경개선 등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 근무 시간 단축에 따른 콜센터 업무 급증은 이미 지난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도 입증된바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지만, 콜센터 업무시간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업무 문의가 대거 집중됐다. 이에 업무 과중에 따른 콜센터 직원들의 고통이 장기간 이어졌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업무 증가와 휴식 시간 부족, 방역 시스템 미흡 등에 건강 악화 등의 고충이 확인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4.5일제가 도입되면 은행들이 금요일 오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콜센터 업무가 코로나 시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제적인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내년 3월부터 콜센터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은행)과의 직접 교섭권은 물론, '근로조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단체협약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노동쟁의까지 가능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콜센터 업무 폭증이 소속 직원들이 맺은 근로계약에 위배될 경우 파업이나 태업 등을 '합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은행권 콜센터 직원들은 민주노총 등 노조 가입에 속도를 올리며 처우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상태다.
금융노조는 4.5일 TF가 발족한 이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측과의 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필요한 경우 콜센터 직원들도 참석하는 자리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콜센터 업무 폭증에 대응하기 위한 직원 확충이나 근무시간 조정, 순환근무제 등은 은행(원청)과 하청업체, 그리고 직원간의 근로계약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노사 협의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4.5일제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모든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것으로 당연히 콜센터 근무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며 "이제 막 TF 발족을 논의하는 단계다. 아직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를 다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