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간부, 배우자 식당서 299만원 결제
지난해 이후 197건·5970만원 부정 사용
50만원 초과한 103건 쪼개기 결제 '꼼수'
허종식 의원 "도덕 불감증, 총체적 난국"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국민의 가스안전을 책임지는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 임직원들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의 식당을 '회식 전용'으로 이용하면서 수백만원을 결제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또 증빙을 회피하기 위해 1분 간격으로 나눠서 결재하는 이른바 '쪼개기 결제'를 남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스안전공사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시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고 17일 지적했다.
공사 간부 A부장은 지난해 약 1년간 본사가 있는 충북 음성에 위치한 자신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부서 회의비, 업무추진비, 교육훈련비 등 총 13차례에 걸쳐 299만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하거나 결제했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은 "공사 간부가 배우자 식당에서 공사 예산을 사적으로 쓴다"는 부패행위 신고가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확인된 것이다.
A부장은 "식당 선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직접적인 개입을 부인했다. 하지만, 공사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묵인 행위)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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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안전공사 반부패 내부통제 협력 선언식 [사진=가스안전공사] 2023.12.13 baek3413@newspim.com |
이에 공사는 해당 부장에게 '경고' 처분과 함께 영업이익률(8.9%)을 적용해 산출한 부당 이익금 26만6110원을 회수하는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부장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2024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5개월 간 공사 전체의 법인카드 사용 실태를 들여다보니 총 197건, 약 5970만원의 부당 사용이 추가로 확인됐다.
가장 흔한 수법은 50만원 이상 지출 시 증빙을 강화해야 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이른바 '쪼개기 결제'였다. 같은 식당에서 수 분 간격으로 금액을 나눠 결제하는 꼼수가 103건(4394만원)에 달했다.
이 외에도 증빙 서류를 부실하게 기재하거나(75건) 아예 누락(19건)하는 등 기본적인 회계 처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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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허종식 의원실] 2025.10.17 dream@newspim.com |
더 큰 문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미 10여 년 전인 2011년에 이러한 '분할 결제'를 막기 위한 상시 모니터링 강화를 권고했음에도, 공사가 이를 무시하고 관리·감독을 방치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이다.
허종식 의원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 전체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과 안일한 조직 문화의 증거"라며 "공사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스스로 훼손한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특단의 쇄신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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