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김병주, 경영 책임엔 모르쇠
홈플러스 사태 해결 아무런 진전 없어
'사회적 책임' 외쳤지만 공허한 목소리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홈플러스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과거 수차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4일 첫 국감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약 4시간 동안 이어진 증인들에 대한 질의에서 김 회장은 의원들의 타깃이 됐지만 최대한 말을 아꼈다. 문제가 될 수 있을 만한 의원들의 질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에게 넘겼다.
다만 김 회장은 '경영 책임, 사재 출연' 이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
마치 미리 짜놓은 각본처럼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제가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다" "제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MBK는) 대기업이 아닌 사모펀드 운용사이며 (저는) 대기업 총수가 아니다. 제 담당은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이라고 했고, 추가 사재 출연에 대해서도 "우리 법인과 개인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회장으로 선 첫 국감 자리에서 경영 책임론과 사재 출연 압박 만큼은 온 몸으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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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결국 그가 꺼내든 카드는 '사회적 책임'이다. 홈플러스 회생 신청 등에 자신의 책임은 없지만 MBK파트너스 회장으로 '사회적 책임'은 지겠다는 논리다. 공교롭게도 국감 하루 전날인 지난 13일 MBK파트너스는 자사의 '사회적 책임 위원회'가 이달 22일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통해 주주, 임직원, 고객 및 협력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에 미칠 여파를 점검해 갈등을 방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홈플러스 사태 국면에서 김 회장이 되풀이한 '사회적 책임'은 공허할 따름이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무책임한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하는데, 무슨 책임을 졌나"며 "다른 기업으로 매각할 경우 입점 업체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재출연을 하든 어떤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대표는 국감에서 "홈플러스는 정상화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 원상복구 비용을 내야하기 때문에 단돈 1200만원이 없어서 폐점을 못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회장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간 건 없다. '사회적 책임' 다섯 글자의 장막 뒤에 숨은 김병주 회장 만이 남아 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