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정하고 내부 문제나 신경 쓰라"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종이호랑이(paper tiger)"라고 부른 데 반격하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에서 "종이호랑이라고? 그렇다면 이 종이호랑이를 직접 상대해 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나토 전체와 싸우고 있는데도 진군하고 있고 자신감을 느낀다면, 그리고 우리가 종이호랑이라면 나토는 과연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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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1월 30일(현지 시간)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위해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고 발언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스탠스를 급격히 바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모든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러시아를 "종이호랑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푸틴은 또한 러시아 드론이 나토 영공을 침범했다는 유럽 측 주장에 대해 비꼬듯 언급하며, "덴마크에서는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며 "내 드론은 리스본까지 날아갈 수 없다"고 농담을 던졌다.
유럽 당국은 최근 폴란드 상공의 드론 비행, 에스토니아 상공의 전투기 진입 등 러시아의 노골적인 영공 침범을 비난해 왔다.
하지만 푸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공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심각한 어조로 경고했다.
푸틴은 "토마호크를 사용하는 것은 미국 군사 인력이 직접 참여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이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격화를 의미하며 러시아-미국 관계에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직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푸틴은 이번 전쟁을 러시아와 서방 관계의 분수령으로 묘사하며, 서방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나토 확장을 통해 러시아를 굴욕적으로 다뤘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를 자국의 영향권 침해로 보고 있다.
반면 서유럽 지도자들과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을 제국주의적 영토 강탈이라고 규정하며, 러시아군을 반드시 격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들은 러시아가 패배하지 않는다면 푸틴이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위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푸틴은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정하고, 편히 잠자라. 그리고 너희 내부 문제나 신경 써라. 유럽 도시의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푸틴은 또 우크라이나군이 심각한 병력 부족과 탈영 문제에 직면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는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키이우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시사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