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산하 기관 중 유일 고정금리 3.05%
이자율 가장 낮아…대출 한도도 최고 수준
정부 권고 4년 무시하다 국회 지적 전 수정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가 내부 직원들에게 유독 완화된 조건의 사내 주택 대출을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 1300억원 손실을 입었음에도 위기 의식 없이 방만 경영을 이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서대문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산하 공공기관 사내 주택 대출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타 기관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의 사내 대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지난해부터 사내 주택 대출 금리를 고정 3.05%로 책정했다. 이는 산업부 산하 20여개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고정 금리를 적용한 사례다. 또 대부분의 기관들이 적용 중인 변동 금리(약 4.2%)보다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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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DB] |
아울러 최대 대출 한도는 1억5000만원으로 비교 대상 기관 중 최상위 수준에 해당한다. 심사 과정에서도 담보인정비율(LTV)을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 담보 가치로 대출이 가능했다.
이 같은 운영은 재무 위기에 놓인 공기업의 상황과 정면 배치된다.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유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 1300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자본 잠식에 빠져 있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직원들에게 지나치게 완화된 조건의 복지성 대출을 제공해온 것이다.
지난달 중순에 김동아 의원실이 해당 사안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자, 석유공사 노사는 뒤늦게 대출 조건을 변경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는 1억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축소되고 LTV도 새로 적용됐다. 그러나 이는 기획재정부가 이미 지난 2021년부터 제기한 개선 권고를 4년 가까이 미뤄온 뒤 국회 지적 직전에야 이뤄진 조치다.
김동아 의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 1300억원의 손실을 내며 자본 잠식에 빠진 공사가 내부 직원에게 특혜성 대출을 제공한 것은 방만 경영의 전형"이라며 "기재부가 이미 2021년부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석유공사는 4년 동안 이를 미루다가 국회 지적이 시작되자 규정을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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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2024.06.03 dream@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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