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한 무이자 대출금을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의 군사력 강화에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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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로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동결 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약 2740억 유로로 추정되며 이중 2100억 유로가 EU 역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 내에서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국제예탁결제기구 유로클리어에 1830억~1940억 유로가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지역 이외에 영국과 일본,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호주, 싱가포르의 금융 기관에도 러시아 자산이 동결돼 있다.
유로뉴스는 "러시아 동결 자산은 원래 러시아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으로 보관된 단기 국채였다"며 "현재는 대부분 만기가 도래해 현금으로 전환된 뒤 수탁은행에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30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담보로 마련될 대출금의 일부는 유럽 내에서 또 유럽과 함께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와 독일 주요 EU 회원국들은 러시아 동결 자산 중 현금화된 금액을 우크라이나에 대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자금의 일부를 유럽 국가들도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EU와 미국 등 서방은 그 동안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했는데, 최근에는 러시아 동결 자산 그 자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현금화된 금액은 1400억 유로 정도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배상금 대출(Reparations loan)'이라고 불리는 이 플랜은 러시아 현금 동결 자산을 EU 집행위가 차입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차입과 대출은 모두 무이자로 진행하며 러시아 동결 자산에 대한 보증은 EU 회원국 27개국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대출금은 한 번에 집행되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눠 분할 지급될 것이고 조건도 붙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자산은 몰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결 자산이 우크라이나에 대출되지만 소유권 자체는 법적으로 러시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배상금을 지불할 때 대출금을 상환하면 된다"며 "가해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이 같은 대출 프로젝트가 헝가리 등 친러 성향 회원국들의 반대로 만장일치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가중다수결로 합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중다수결은 EU 인구 65% 이상, 회원국 55% 이상 찬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결정 방식이다.
한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지난 25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기고문을 통해 "EU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전쟁 수행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침략 비용을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물게 하는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