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이 셀 공급, 안전점검 통과
UPS 운영 주체는 달라...보증도 만료
공공기관 배터리 안전성 논란 우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사용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불이 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12년경 공급한 셀로 제작된 제품으로, 이미 보증 기간이 끝난 노후 장치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셀만 제공했을 뿐 UPS 제작과 납품, 실제 운영 주체는 다른 상황이다.
이번 화재는 배터리 교체 작업을 위해 전원을 차단하던 도중 발생한 사고로, 당시 작업 현장에서 발생한 인적 오류(휴먼 에러)를 비롯해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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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119로고 [사진=뉴스핌DB] |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UPS용 배터리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소방차와 인력을 대거 투입했으나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일어나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배터리 화재는 내부 화학 반응이 종료될 때까지 연소가 지속되며, 겉으로는 불길이 사라진 듯 보여도 재점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22년 10월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닮은꼴이다. 당시에도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돼 주요 전산 서비스가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만큼 과충전, 외부 충격, 고온 노출, 제조 결함 등 다양한 요인으로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니켈 함량이 높은 삼원계(NCM) 배터리의 경우 특히 열에 민감하다는 한계도 있다.
정부는 이번 화재 직후 위기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하고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올렸다. 홈택스, 건강보험 등 주요 행정 시스템은 마비되면서 대체 서버를 통한 임시 운영으로 전환됐다.
화재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12년에 셀을 공급해 UPS 제작업체가 조립·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안전 점검에서 별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배터리가 LG에너지솔루션에서 공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2012년에 납품된 지 오래돼 이미 보증 기간이 지났고, 배터리 셀만 제공했을 뿐 UPS 제작과 납품, 실제 운영 주체는 다르다. 또 해당 배터리는 올해 정기 안전 점검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과거 화재 이력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는 배터리 교체 작업을 위해 전원을 차단하던 도중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작업하던 40대 남성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UPS 이설 과정에서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다 단락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인 규명 결과에 따라 책임 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업자의 과실로 드러날 경우 안전 관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수 있고, 배터리 자체 문제로 결론이 날 경우에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업계 전반이 다시 안전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공공기관 등 전력 인프라 전반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채택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형 화재가 반복된다면 시장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