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미국發 악재에 조정 국면 진입…10거래일 만에 3400선 밑돌아
트럼프, 관세 인하조건 투자 이행 시사 "3500억달러 투자는 선불"
美 2분기 GDP 증가율 상향 "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 늘어"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글로벌 인공지능(AI) 모멘텀 등이 약화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8.97포인트(2.85%) 내린 3372.14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가 3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2일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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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photo@newspim.com |
코스피 급락 배경으로는 한미 관세 협상 난항 우려와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등 미국발 악재가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아시다시피 우리는 일본에서 5500억달러, 한국에서 3500억달러를 약속받았다"며 "그것들은 선불"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 협상 성과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3500억달러를 '선불'이라고 표현한 것은 투자 이행이 관세 인하의 전제조건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협상'에 대한 의구심과 추가 협상 진전 미진은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이라며 "외국인 주식시장 자금 이탈을 야기할 동력"이라고 지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달러는 선불로 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싸고 노이즈가 커지고 있다"며 "환율이 1410원대로 상승한 점도 관세 협상 난항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8.4원 오른 1409원으로 출발한 뒤 넉 달 만에 장중 1410원대를 돌파했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 지표 호조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큰 폭으로 상향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확산한 것이다. 통상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 한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반대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 투자심리에 악재가 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GDP 3차 최종 결과는 2차 집계치 대비 0.5%포인트 상향된 3.8%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3분기(4.7%)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라며 "다수 경제 지표가 서프라이즈를 나타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늘었다"고 짚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하락 트리거는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기 신호"라며 "8월 사상 최고치 랠리의 동력이 고용 둔화로 인한 경기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었다면 전일 발표된 지표들은 미국 경기의 냉각과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 시나리오를 훼손시켰다"고 설명했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