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만에 간판 내리는 검찰, "전건송치로 피해자 기본권 보장"
검·경 세밀한 공조수사 시스템…검찰 수사인력, 뛰게 해야
[서울=뉴스핌] 김지나 김영은 김현구 기자 = '범죄자를 누가 잡든 잘만 잡으면 된다.' 피해자 관점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에 던지는 한 줄 메시지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25일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강제로 종료되는 이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청은 2026년 9월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본회의에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검찰의 주요 범죄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되고, 신설되는 공소청은 기소권을 갖게 된다. 78년 만에 검찰청은 간판을 내리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 권한이 쪼개지는 것이다.
[보통사람의 수사] 글싣는 순서
1. 성범죄 피해자 도운 활동가의 경고…"검찰개혁, 빨리 하면 빨리 망한다"
2. '수사지연'이 불러온 두 여중생의 비극…父 "누구 하나 징계 받은 게 없다"
3. 보완수사권 축소, 장애인·아동 등 취약계층 사건 '직격탄'
4. 범죄 조직·지능화에도 수사 '못할' 검사들…수사 공백 어쩌나
5. 검·경, 사건 '핑퐁'하는 동안 세상 등진 두 여중생…5년째 '국가'와 싸우는 아버지
6. "검찰개혁, 피해자에 뭐가 유리한지 이성적 판단해야"
7. 인권법 전문가 박찬운 교수 "수사개시는 경찰만, 검찰은 보완수사·통제"
지금까지 정부 여당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추진된 검찰개혁은 전체 수사 사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했던 정치 사건에 포커싱이 맞춰져 논의돼 왔다.
반면 개정안 시행을 앞둔 1년 유예기간 동안엔,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행안부 등 정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되는 만큼 검찰개혁에 따른 99% 넘는 민생사건 영향과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최소화시킬 방안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개혁 결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률 절차가 교환되거나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될 실체적 진실을 약화시켜선 안 된다"면서 "피해자에 무엇이 유리한지 그 관점에서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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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시작을 준비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25.09.26 mironj19@newspim.com |
◆ "전건송치, 수사통제를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면 전건송치를 통해 검찰로 넘어가 두 기관의 검토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사건이 종결된다. 이로 인해 억울하게 묻히는 사건이 늘었다.
불송치 결정 이후 이의신청을 통해 억울함을 다시 호소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크게 떠안게 된다.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법률전문가들이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폐지하고, 과거처럼 전건송치를 통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로 장애인·아동 등 범죄 취약 계층을 대변해 온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전건송치는 수사통제를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자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는 기본이고, 경찰의 수사종결에 대한 이의신청은 '예외적 구제수단'일 뿐 보편적 권리보장의 경로가 될 수 없다"면서 "전건송치를 통해 경찰은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수사 분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본권 보장을 극대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설계"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뒷받침돼야 할 부분은 경찰과 검찰이 순조롭게 수사를 공조할 수 있는 세밀한 시스템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단체인 리셋(ReSET) 정책법률연구팀 유영(활동명) 활동가는 "경찰의 수사 한계가 드러났다고 해서 경찰 조직을 없애자고 말하지 않듯, 지금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수사에 있어)권한 축소가 아닌 전문성 강화와 책임제고"라며 "예를 들어 디지털 성범죄와 같이 증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피해자 회복이 어려운 범죄에선 경찰, 법원, 플랫폼, 지원기관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움직여야 하고, 피해자의 신고가 곧바로 삭제, 차단, 수사, 기소, 재판, 사후지원으로 이어지도록 연속성과 일관성을 보장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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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사진=뉴스핌DB] |
◆"검찰 수사 인력 재배치해 민생사건 보게 해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축소를 둘러싼 논의에서 정치권은 주로 검찰의 수사권 남용 사례를 강조하며, 보완수사권을 존치할 경우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실제 현장에서는 검사들이 수사를 회피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오히려 피해자 구제를 위해 검사의 수사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냈던 양홍석 이공 변호사는 "통상 국가사법시스템이란 것은 경찰 수사의 눈높이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 합동해 어느 수준 정도로 형성된 눈높이"이라며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점점 더 나빠졌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인데, 검찰개혁을 통해 검경수사권 폐해를 극복하고 전건송치를 통해 검찰 수사 인력이 일반 송치 사건을 보다 꼼꼼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력 재배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민생사건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수사도 못하면 사실상 경찰이 위법하지 않으면 경찰 수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보완수사권에 있어 직접보완수사권의 경우 경찰에서 구속 상태로 송치한 사건인데 구속기간을 2~3일 남겨두고 있다거나 공소 유지한 사건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