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유럽 주요국들이 최근 러시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을 또 침범할 경우, 전투기 격추도 불사하겠단 강경 입장을 전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모스크바 영국·프랑스·독일 대사는 러시아 외교 당국과 비공개로 만나 지난 19일 러시아군의 미그(MiG)-31 전투기 3대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한 사건에 대해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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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29(미그-29) 전투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사건 당시 러시아 정부는 자국 전투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이달 10일 자국 드론이 폴란드 상공에 진입한 것은 "실수였다"는 공식 입장을 냈는데, 이들 대사는 러 측과 회동 후 이 일련의 사건이 러시아의 실수가 아닌 러시아군 지시에 따른 의도적 행위라고 결론을 지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러시아 외교관이 "이번 영공 침범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며, 크렘린궁은 해당 작전이 나토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 때문에 유럽 국가들과도 사실상 대결 상태에 들어간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은 회동 중 나토 입장을 상세히 기록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소식통들은 회상했다. 유럽측은 러시아 대표단이 상부 보고를 위해 나토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러시아군의 전투기 및 드론이 폴란드, 에스토니아, 덴마크 등 나토 회원국들의 영공을 침범했거나 침범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당장 이날 밤에도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윌란 반도 북동부 도시 올보르그에 미상의 드론이 포착, 올보르그 공항이 잠시 폐쇄됐다.
지난 22일에는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과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서 미확인 드론이 출현해 4시간가량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 드론 출처는 조사 중이지만,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연이어 도발하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우크라이나 연대와 대응 의지를 테스트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토는 에스토니아·폴란드 영공 침범 사건으로 이달 들어 이미 두 차례나 나토 조약 4조를 발동했다. 나토 조약 4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할 때, 모든 회원국이 나토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NAC)에서 이를 논의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러시아가 추가 도발에 나설 시 나토가 군사적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나토는 지난 23일 NAC 회의 후 배포한 성명에서 "나토와 동맹국들은 국제법에 따라 모든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우리 자신을 방어하고 모든 방향에서 오는 모든 위협을 억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유엔총회 기자회견에서 "나토 국가들이 러시아 전투기를 영공에서 격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강경 대응 방침에 힘을 실은 바 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