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도 고등교육 예산 16조 편성…전체 교육부 예산 대비 1.44%
OECD 평균 조금 뛰어넘는 수준…연구환경 낙후로 학습 질 하락 불가피
"예산 늘리고 규제 완화 필요…대학은 연구 성과 제시할 수 있어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국정과제로 최종 확정되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2026년도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은 전체 교육부 예산(106조3000억원) 중 1.44%에 불과한 16조원으로 책정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1.42%)을 갓 넘은 정도이며 고등교육 선진국인 미국(2.31%), 영국(2.08%)과 비교하면 뒤떨어진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연구원(KEDI) 원장은 최근 뉴스핌과 만난 자리에서 부족한 고등교육 예산은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낙후된 연구환경으로 역량을 키울 수 없고, 자연스럽게 강의의 질도 낮아져 학생들도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채 사회에 투입돼 방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고 원장은 고등교육 예산을 지금보다 훨씬 늘리고 등록금 동결 정책 등 대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재정적으로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대학들이 국민 세금과 학생들의 등록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성과를 공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교육에 투자할 의지가 없는 대학들은 냉정하게 걸러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같은 방향성은 고등교육에서 나아가 초·중등교육 등 우리나라 교육 예산 운영 전반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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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패스트파이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5 yooksa@newspim.com |
다음은 고 원장과의 일문일답.
-고등교육 예산이 대학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고등교육 투자가 많은 나라가 고등교육 경쟁력도 높은 경향이 있다. 유럽의 연구소인 브뤼겔(Bruegel)의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과 덴마크는 대학생 1인당 투자도 많고 고등교육 경쟁력도 높은 나라다. 반면 그리스, 스페인, 헝가리는 투자도 적고 경쟁력도 낮은 나라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등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야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현재 고등교육 재정 운영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일단 정부의 예산지원이 늘어나야 한다. 다른 부문보다 고등교육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정부지출을 빨리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등록금 인상도 필요하다. 미국이나 영국도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공립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5000달러 정도(2022·2023년)인데 미국은 1만 달러, 영국은 1만3000달러 정도다. 사립은 우리나라가 9000달러, 미국은 3만4000달러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보는가. 학생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등록금은 2009년 이후 계속 동결돼 왔는데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보고 있다. 사립대 교수 연봉이 동결돼 좋은 인재가 학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낮은 연봉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직종도 생겨났는데, 이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4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연구환경도 낙후되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줄어들고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올리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지만 등록금을 인상해야 그만큼 더 좋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등교육 예산 투자가 국가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대학의 기능은 크게 연구, 교육, 사회봉사다. 먼저 연구 기능을 살펴보면, 대학은 기업 및 국책연구소와 더불어 우리나라 과학기술 혁신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국제순위에서 나타나듯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역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교육에서도 학생들이 빠른 기술 변화와 경제·사회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이끌어나갈 역량을 길러줘야 하지만 아직도 구태의연한 내용과 방식으로 강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되고, 일자리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고등교육 예산 투자는 우리나라의 연구역량을 확충하고 인적자원의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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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패스트파이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5 yooksa@newspim.com |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국정과제와 관련해 대학가에서는 적어도 연 3조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고등교육 투자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다. 단순히 투자를 늘린다고 성과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런던정경대학 교수 필립 아기옹(Phillippe Aghion)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학의 자율성이 높고 대학 간 경쟁이 심할수록 대학 경쟁력이 높아진다. 연구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 그리고 더 훌륭한 학생과 교수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투자를 늘려봐야 별 효과가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대학 간 경쟁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등교육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실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 대학을 먹여 살리는 데 국민 세금을 써서는 안 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예산 편성 및 운용 방안을 제시한다면.
▲대학 간 경쟁에 방점을 두고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어느 정도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연구 성과와 교육 성과를 중시해야 한다. 연구나 교육에 있어 달성해야 할 핵심적인 성과지표를 몇 가지로 단순화해 설정하고 그 달성 여부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니 그만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성과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불필요한 규제와 통제를 없앰으로써 대학에 더 많은 자율을 주고, 이들이 핵심 성과 달성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불필요한 행정업무에 인력과 노력을 쏟게 해서는 안 되며 학내 지배구조도 총장이 리더십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도록 바꿔 줘야 한다. 유럽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바뀌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 예산 편성 및 운용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오래전부터 교육을 중시해 왔으며, 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아 왔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잘 써야 한다. 개별 사업별로 성과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쳐나갈 점을 찾아서 고쳐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이런 노력은 미진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책목표도 불명확하고 다층적이거나 상충되는 경우도 있다. 더 합리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정책이 운용되기를 기대한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