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프라퍼티-디큐브시티 입주민 측 건물 외관 변경 두고 이견
용도변경 관련 이지스자산운용-입주민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도 영향
업무시설 개발하되 상업시설 비중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발 논의 진행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부지에 스타필드 빌리지를 입점시키겠다는 이지스자산운용의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디큐브시티 아파트 입주민들과 신세계프라퍼티가 현대백화점 건물 외관의 변경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건물 외관을 변경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사가 추진하는 업무시설 개발과 입주민들이 바라는 상업시설 유치를 모두 포함하는 개발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폐점한 지 3개월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부지 공실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프라퍼티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부지 내 '스타필드 빌리지'를 입점시키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11월 신세계프라퍼티가 부지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본격화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이 운영되던 건물의 지하 2층~지상 1층에 자사 도심형 쇼핑몰 스타필드 빌리지를 입점시키는 내용이다. MOU의 기간은 오는 10월까지로 예정됐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없는 계약으로 현재는 사업 진행 없이 단순 MOU 체결 상태만 유지되고 있다.
스타필드 빌리지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선보이는 커뮤니티형 쇼핑 공간의 새로운 브랜드다. 기존의 스타필드(하남, 고양, 안성 등)가 도심 외곽에 있는 대규모 복합 쇼핑몰이라면 스타필드 빌리지는 규모를 축소하고 지역 밀착화형으로 조성하는 쇼핑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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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이 올해 6월 30일 운영을 종료했다. 2025.09.25 blue99@newspim.com |
이번 사태는 현대백화점 건물의 외관 변경 여부가 발단이 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빌리지 입점 시 외관 변경을 포함한 건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해당 건물의 외관을 기존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도림동 내 유일한 백화점이었던 해당 건물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인식되던 것을 고려하면 외관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고급화를 지향하며 설계됐던 건물 외관이 생활밀착형 상업시설인 스타필드 빌리지의 컨셉에 맞춰 변화할 경우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발사업 일정이 기약 없이 밀리는 상황도 신세계프라퍼티의 이탈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지난 6월 30일 폐점했으나 이달까지 개발사업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두고 이지스자산운용과 입주민들이 갈등을 겪으면서다.
앞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2023년 현대백화점 전체 16개 지점 중 매출 순위 14위를 기록하는 등 매출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신도림 지역 내 유통시설 수요가 높지 않음이 수치로써 일정 부분 확인된 가운데, 신세계프라퍼티는 기약 없는 사업 일정을 기다릴 만큼 이 사업의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부지를 '캠퍼스형 오피스'로 탈바꿈시킬 계획으로 구로구청에 건축물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건물 저층부(지하 2층~지상 1층)에 상업시설을, 상층부(지상 2층~지상 6층)에 업무시설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로 건물의 일부를 기존 판매시설 용도에서 업무시설 용도로 변경하고자 한 것이다.
신청이 서류 미비로 반려되자 한 달 후 재신청을 했다. 그러나 입주민 반발로 같은해 말 용도변경 신청을 취하했다. 입주민들은 이 지역이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혼재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상업시설을 유치할 것을 요구했다. 입주민들은 업무시설로의 용도변경에 반대하는 시위를 총 60회 이상 벌였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의 용도변경 추진은 중단된 상태다.
스타필드 빌리지 입점 무산에 따라 이지스자산운용은 상업시설 유치를 다른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 스타필드 빌리지는 배제하되 이지스자산운용이 원하는 업무시설과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상업시설을 모두 짓는 방향이다. 지난해 입주민들에게 안내했던 사업 내용보다 상업시설의 비중을 더 늘리고 상품기획(MD) 구성을 특화하는 방식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이 혼재되는 만큼 건물 일부에 대한 용도변경은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이탈 이유가 됐던 건물 외관은 기존대로 유지될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지스자산운용과 입주민들 간 논의에 진척이 생김에 따라 내달 최종 협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관계자는 "최근 마곡 랜드마크로 떠오른 원그로브, 여의도 원센티널 등의 상업시설 구성 경험을 기반으로 디큐브시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