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대륙의 27개 국가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해 전면적인 수입 중단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표적인 친러 성향으로 정평이 나 있는 헝가리가 22일(현지 시간)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헝가리는 EU 회원국인 동시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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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사진=로이터 뉴스핌]2022.03.01 mj72284@newspim.com |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씨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석유나 가스 공급 없이는 우리나라의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EU는 헝가리가 러시아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헝가리는 이런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에너지 공급은 순전히 물리적인 문제"라며 "러시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을 꿈꾸는 건 좋지만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서만 석유와 가스를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테르 장관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EU와 유럽 주요국들의 압력과 관련 "서유럽 쪽 관리들은 광신도들(fanatics)"이라며 "그들과 상식에 기반한 사실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EU와의 관계는 여전히 위태로운 반면 러시아 석유 구매 중단을 요구하는 미국과의 관계는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유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이념적 동맹 중 한 명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꾸준히 칭찬해 왔다"며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 크렘린궁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고 말했다.
EU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크게 줄였으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전면 구매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의 경우 EU 대부분 국가가 러시아산 수입을 거의 중단했으나 친러 성향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여전히 수입을 계속하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드루즈바(Druzhba)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가디언은 "헝가리 국영 MOL 그룹이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을 통해 매년 약 500만톤의 러시아 석유를 수입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정유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며 "두 나라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 요구에 가장 강하게 반발해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우크라이나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인물 중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러시아산 석유 구매 문제는 이제 사실상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가 곧 나서서 이 유혈 사태를 종식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하고 기대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EU가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는 무역 제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가 EU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 없이도 도입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재는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지만 무역 조치는 회원국의 가중다수결 동의만 얻으면 돼 헝가리, 슬로바키아의 거부권을 우회할 수 있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