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법독주 비난에도 검찰개혁 속도전…'개딸' 요구 투영
국민의힘, 대선·전당대회 거치며 '尹 어게인' 세력 주류 등극
정치권, '극단적 소수가 다수 지배' 관련 책 앞다퉈 연구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꼬리에 몸통이 흔들리는 격으로 여의도 정치권이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는 행보를 보인 결과 여의도 정치는 협치가 사라지고 갈등과 불화만 증폭되는 지경에 놓였다. 정치권은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상황'에 주목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강성 지지층 목소리를 더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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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및 더불어민주당은 한복을, 국민의힘은 상복을 입고 참석했다. 2025.09.01 pangbin@newspim.com |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반발에도 검찰·사법·언론개혁을 강행 처리하려는 배경으로 강성 지지층을 꼽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와 실용주의를 언급해도 강성 지지층 요구에 민주당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강성 지지층으로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 존재한다. 개딸이 집중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슈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다. 윤석열 정부를 '검찰 독재'라고 보는 개딸은 검찰청 해체 등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100% 무선 자동응답 방식(RDD).응답률은 6.5%.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보면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권 분리를 담은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법안에 찬성한다는 전체 응답률은 55.9%다. 반면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 77.1%, 40대 75%와 50대 67.9%, 진보층 82.7%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취임 전부터 검찰개혁을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여러차례 언급한 배경이다.
국민의힘도 강성 지지층에 흔들리기는 매한가지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부터 '6·3 대통령 선거'와 당 대표를 뽑는 '8·22 전당대회'가 이어지는 동안 국민의힘은 여러 면에서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는 사례가 도드라졌다.
특히 최근 장동혁 당 대표가 선출되는 과정에서 전한길 전 강사와 같은 강성 지지층과 온라인 세력이 막대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전당대회 이후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하는 반탄(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이 국민의힘 주류로 부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재신청한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 어게인'를 대표하는 인사다.
특히 전한길 전 강사는 벌써부터 대구시장 공천을 운운하며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력으로 행사하려는 움직임이다. 전한길 전 강사는 최근 자신에게 '인사나 내년 공천 청탁이 이어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의원과 보좌관, 비서관 등도 이같은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3일 국회도서관이 공개한 올해 상반기 국회의원실 국내도서 대출 현황을 보면 정치학 분야 1위 책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이다.
이 책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 등이 썼다. 2021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사건을 다루는 이 책은 주류 정치권이 극단주의 세력과 동맹을 맺을 때 극단주의가 헤게모니를 쥔다고 설명한다.
정치학 분야 도서 대출과 관련해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대출 건수 수치를 공개할 수 없지만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책이 1위"라며 "2025년 상반기 국내의 정치적 갈등 상황과 새로 출범한 미국 행정부에 대한 관심이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