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누군가의 연애를 지켜보는 재미가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국내 연애 예능의 본격적인 전성기는 2017년 방영된 채널A '하트시그널'에서 시작됐다. 일반 청춘 남녀가 '시그널 하우스'라는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며 주고받는 미묘한 감정을 관찰하고 이를 연예인 패널들이 분석하는 새로운 형식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20~30대 젊은 층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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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하트시그널1' 포스터. [사진=채널A] 2025.09.04 moonddo00@newspim.com |
'하트시그널'의 성공 이후 방송가는 앞다퉈 유사 포맷을 내놓으며 연애 예능 붐이 본격화됐다. '러브캐처'는 사랑을 찾는 '러브캐처'와 상금을 목적으로 러브캐처를 거짓 유혹하는 '머니캐처'라는 독특한 포맷으로, '나는 SOLO'는 결혼을 목표로 한 남녀의 솔직한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티빙의 '환승연애'는 전 연인을 한 공간에 모아 두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파격적 설정으로 젊은 층에서 '현실 연애 예능의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환승연애2'는 연프(연애 프로그램)계 레전드 작품으로 꼽힌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호화로운 천국도과 지옥도를 오가는 독특한 배틀 구조로 글로벌 시청자에게까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포맷 다변화가 눈에 띈다. tvN의 '진짜 괜찮은 사람'은 이미주, 조세호 등의 연예인 패널들이 '내 친구'를 직접 소개하는 방식으로 기존 관찰자의 역할을 넘어 참여자로 확장했다. 같은 채널의 '내 새끼의 연애'는 이종혁, 김대희 등 연예인 부모가 자녀의 연애를 지켜보는 설정으로 세대 간 공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웨이브 '남의 연애'는 국내 최초로 동성 간 연애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회적 의미를 더했고, '빛나는 우리는 아직 쏠로'는 야구선수 출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으며 특정 직업군으로 콘셉트를 좁혔다. 또 넷플릭스의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긴 솔로 경력만큼이나 간절한 이들의 서사를 진정성있게 보여주며 새로운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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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내 새끼의 연애' 포스터. [사진=tvN] 2025.09.04 moonddo00@newspim.com |
이처럼 연애 예능은 '누구의 연애를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일반인에서 시작해 특정 직업군, 연예인들의 자식·지인, 성소수자까지 다양한 이들이 주인공이 되며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시청자 반응 또한 다양하다. 어떤 작품은 '내 이야기 같다'는 몰입감을 주며 팬덤화되는 반면 어떤 작품은 '너무 자극적이다', '별로 보고싶지 않은 이야기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물론 한계도 뚜렷하다. 경쟁이 과열되며 유사한 포맷이 쏟아지고, 출연자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소비되는 문제는 꾸준히 지적된다. 또 "이제는 인플루언서 하려는 사람들만 출연하는 것 같아서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연애 예능은 시청자의 감정을 가장 잘 자극하는 장르임이 분명하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남녀 간의 연애 이야기 자체는 시대 변화와 상관 없이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스테디 셀러"라고 평했다.
정 평론가는 "연예인들과는 달리 제작진에 의해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본인들이 방송을 인지를 못 해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면들이 나올 수 있어 그런 것들이 주는 위험성이 있다. 리얼함은 큰 장점이지만 조금은 뾰족하고 날이 선 지점들, 선을 넘는 면들은 불편한 지점을 만든다"며 "출연자들에게 위험성이 생길 수도 있는 여건이다"라고 했다.
이어 "요즘 연애 프로그램이 워낙 많이 나와서 이야기들이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느낌을 준다. 출연자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새로운 인물을 어떻게 그 자리에 앉히는가 고민을 많이 해야한다. 최근에는 무속인, 모태솔로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새로움을 넣는 것이 포인트"라고 전했다.
'연애'를 다루는 이야기 자체는 이미 포화 상태다. 이제는 얼마나 새로운 접근과 진정성 있는 모습을 담는지가 관점이다.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