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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거리에 50만파운드(약9억원) 조각 세운 곰리 "삶에서 예술 느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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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큐브,타데우스로팍 개인전 동시개막
인간과 공간 관계 탐색한 조각 드로잉 전시
원주 뮤지엄산의 대규모 전시도 11월말까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조각으로 표현해온 영국 작가 안토니 곰리(b.1950)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 6월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관장 안영주)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을 개막하며 내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 두 곳서 개인전을 열기 위해서다.

안토니 곰리는 화이트큐브 서울점이 들어선 서울 도산대로(신사동) 거리에 자신의 철조각 2점과 콘크리트 조각 1점 등 총 3점의 미술품을 설치해 화제다. 

[서울=뉴스핌] 영국 대사관저에서 자신의 최근 작업에 대해 설명하는 안토니 곰리. 올해는 자신에게 특별한 해로, 원주 뮤지엄 산 전시(6월30일~11월30일)에 이어 서울 두곳(화이트큐브,타데우스로팍)서 신작을 발표해 기쁘다고 했다. 한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문화적 자긍심,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 곰리는 "서울은 특별한 메시지가 발신되는 도시다. 그 속의 인간은 때론 공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8.29 art29@newspim.com

서울 정동의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곰리는 "조각을 거리에 설치했는데 행인 중에는 발로 차는 이도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갤러리 내부가 아닌 거리에 작품을 세운 것은 누구나 지나다니면서 보고 느끼게 하고 싶어서다. 우리의 자유가 확대되고, 예술이 삶에 가깝도록 길가에 설치했다. 갤러리 공간이 아니니 개중에는 발로 차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 킥 잇(You, Kick It)'!. 뭐, 좋다. 그런데 조각이 딴딴해 발은 좀 아플 것이다. 그러면서 조각이 물을 것이다. '당신 뭐하고 있냐(What are You Doing)?'고. 그 때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어쩌면 생에서 마주칠 바위같은 것을 말이다"라고 답했다.  

원래 곰리는 공공장소라든가 거리에 작품을 세우길 좋아했던 작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조각은 전세계 거리 곳곳에 세워져 오가는 이들과 만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폐쇄적인 갤러리 안이 아니라, 거리에 세움으로써 개인과 소통하고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요즘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찾고, 기기와 소통하는데 온 시간을 쓴다. 하지만 인간은 직접적인 물리적 경험이 중요했던 존재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존재였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서울 도산대로 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조각 앞에 선 안토니 곰리. Portrait of Antony Gormley in the exhibition 'INEXTRICABLE' at White Cube Seoul. 사진 ©White Cube, Jeon Byung Cheol 2025.08.31 art29@newspim.com

이어 "정보를 얻었다고 모두 얻은 건 아니다. 직접적으로 몸으로 만지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오픈AI로 인해 인간 존재는 더 많은 문제를 안기 시작했다. 또 더이상 인류가 생태계를 파괴해서도 안된다. 인간 삶도 중요하지만 인간 이외의 생태계가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 작품은 기념비적인 조각이 아니다. 거룩하지 않다. 그저 나를, 내 감정을 예술에 담은 것이다. 내 조각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성찰을 하게 하고, 회의적 사고를 하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신체를 매개로 한 세계의 재해석, 안토니 곰리 작품 서울서 만난다

안토니 곰리의 서울 전시는 화이트큐브 서울과 타데우스로팍 서울이 공동기획해 '불가분적 관계(Inextricable)'라는 타이틀로 9월 2일 개막한다. 화이트큐브 서울은 'Bunker', 'Beamer', 'Blockwork' 시리즈의 조각 6점을 소개하며, 타데우스로팍 서울은 'Extended Strapwork', 'Open Blockworks' 시리즈 등의 조각 8점과 드로잉을 소개한다.

이번 곰리의 '불가분적 관계'전은 도시의 공적인 공간과 안식처를 파고들어 인간과 도시간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로 깊이 연결된 둘의 상관성에 대해 작가는 "환경이 인간을 형성한다(The world now builds us)"라는 평소의 철학을 드러낸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청담동 거리에 설치된 곰리의 조각. 각각 50만파운드(한화 약 9웍4000만원)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이미지제공=White Cube Seoul. 2025.08.31 art29@newspim.com

현재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유엔은 이 수치가 2050년까지 70%에 이를 것이라 예할 만큼 도시와 인간은 그야말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에 곰리는 성찰적 사유의 공간이자 도시건축의 재료와 방식을 담론하는 논쟁의 장을 전시를 통해 제시한다. 자신의 조형언어를 통해 인간 신체라는 하나의 독립된 공간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 사이에 공명하는 긴장감을 표현한다.

안토니 곰리는 "서울이란 대도시는 밀집된 인프라와 고층건물 숲이다. 나는 그 도시적 조건을 인간의 감각, 사고방식, 신체의 위치까지 구성해나가는 '살아 있는 구조'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와 인간존재 사이의 관계, 그로부터 파생되는 인식과 감각의 문제에 대해 힘께 생각해보자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은 인간의 더 넓은 자각을 이끌어낸다. 자각을 의식적인 경험으로 끌어올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예술로 인해 우리가 현 순간을 더욱 생생히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특히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몸의 움직임, 정신, 영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예술을 지향한다. '불가분적 관계'는 오늘날 우리 신체가 거주 환경의 건축 구조와 맺고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하나의 실체로 경험하게 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또 "올해는 내게 특별한 한 해다. 특별함이 내재된 한국에서 전시들을 잇따라 열게 되었고, 특히 원주 뮤지엄 산에는 안도 타다오 건축가와 함께 그라운드라는 상설전시관을 만들었다. 지금은 전남 신안의 비금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내 생애 가장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화이트큐브 서울은 도시 안팎 공간을 가로지르며 신체와 호흡하는 조각 6점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도시구조의 문법을 통해 신체를 재구성하며, 갤러리 외부에는 실물 크기의 주철 조각 2점이 설치되어 신체의 정적인 순간을 형상화하고 있다. 거리에 세워진 그의 등신대 크기 조각은 가만히 서서 상념에 빠진 듯하기도 하고, 얼굴을 파묻고 앉아 살짝 흐느끼는 듯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안토니 곰리 'Bigslew' 2024, 이미지 제공=화이트큐브 서울 2025.08.31 art29@newspim.com

즉 '몸틀기 IV(Swerve IV,2024)는 인도와 차로 사이 연석에 세워져 보행자의 경로를 잠깐 차단하거나 신체감각을 일깨운다. 'Blockwork' 시리즈의 '쉼 XIII.2024)은 낮은 벽에 조용히 기대앉아 사색에 잠긴 듯한 자세다. 두 작품 모두 주철 소재가 가진 밀도감을 통해 존재를 물리적, 개념적으로 안착시키며 인간과 대도시간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외부에 설치된 또 다른 작품 '움츠림(Retreat: Slump,2022)은 높은 건물들 사이 좁은 통로를 점령한채 자리한다. 입을 대신해 작게 뚫린 사각형 구멍은 어두운 내부를 가만히 엿보게 한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정지된 몸이 마주하는 무한한 어둠'이자, 신체가 고요해졌을 때 주어지는 자유의 공간임을 드러낸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안토니 곰리 '용기2' 2024, 콘크리트. 이미지제공 화이트큐브 서울. 2025. 08.31 art29@newspim.com

'Beamer' 시리즈의 '용기 2(Pluck 2,2024)'는 인체 크기의 등신대 조각으로 갤러리 유리 외벽과 내부 벽 사이의 틈에 끼워지듯 설치되어, 상업적 매대에 진열되는 예술의 현 위치를 상징정으로 비춘다.

이어지는 전시 내부공간에서는 강철막대의 직선구조로 구성된 '대전환 III(Big Slew.2024)과 '거대 형상III(Big Form III, 2024)이 등장한다. 곰리 특유의 반복과 축적의 조형언어로 구축된 두 작품은, 신체의 질량을 건축언어로 또 한번 변환해냄으로써 인간의 움직임과 행동양식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형성하고, 제약하며, 통제하는지 질문한다.

타데우스로팍 서울에서는 인간 신체를 통해 공간인식의 확장을 유도하는 곰리의 조각 8점이 설치됐다. 조각과 함께 드로잉도 다수 나왔다. 타데우스로팍 서울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신체의 내적 상태와 그것이 일상 공간에 내재되는 양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작품들은 인간이 공간과 하나가 되면서 서로 확장하고 어우러지는 정경이 예리하게 형상화됐다. 인간해석과 공간해석에 있어 곰리의 뛰어난 역량을 유감없이 확인시켜준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안토니 곰리의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전시전경. 2025.08.31 art29@newspim.com

'Extended Strapwork' 시리즈의 '정착(Dwell)(2022), '지금 (Now,2024), '여기 (Here, 2024)'는 조각이 신체의 경계를 넘어 그것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의 가장자리까지 뻗어 나감으로써, 공간의 직각적 구조가 우리의 감각과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드러낸다.

영속적인 선의 구조를 가진 일련의 조각들은 뫼비우스띠의 순환논리를 구현하며 내부와 외부를 끊임없이 이어주고 만나고 확장된다. 형태와 장(field), 주체와 환경 사이의 구분을 무너뜨리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시장을 길게 가로지르며 전개되는 두 점의 작품은 갤러리의 직선적 구조를 작품의 공간적 논리 안으로 통합시킨다. 또 문과 창같은 건축적 요소를 참조하듯 안과 밖을 매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밖에 'Open Blockworks'시리즈의 '열린 혼란(Open Daze)⟩ (2024)과 ⟨집 (Home)⟩ (2025)은 작가의 기존 조각 시리즈인 'Blockworks'의 모듈구조를 바탕으로, 닫힌 덩어리를 열린 세포 구조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조각들은 공간에 반응하며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유기적이고 투과적인 형태를 띠고 있으며, 관람객의 호기심과 신체적 개입을 유도하는 조형적 개방성을 품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Antony Gormley, INEXTRICABLE, installation view, Thaddaeus Ropac Gallery, Seoul, 2 September—8 November 2025 (5) 2025.08.31 art29@newspim.com

곰리의 조각 작품들은 인간을 '도시에 사는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반추한 결과물이다. 이는 작가의 드로잉 시리즈를 통해 더욱 풍부하게 구현된다. 드로잉 작품들은 신체-공간과 건축이라는 영역을 전인류가 고유하는 인식의 장으로 보는 그의 선명한 시각을 드러낸다. 또한 우리가 이 인식의 장으로부터 빛과 그 너머의 공간을 향해 무한히 시선을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작가의 예술적 탐구에 깊이를 더하는 강력한 단서를 제공한다. 서울에 무수히 들어선 고층건물과 밀집된 인프라에서 전후의 궁핍한 시기를 지나 글로벌 산업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면모를 드러낸다. 곰리 자신도 서울에서는 특별한 에너지와 가능성을 느낀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한국만의 특성이 아니라, 오늘날 지구촌 인류 대다수가 살아가는 보편적인 도시적 삶의 양식이다. 따라서 이제 도시의 지형은 단순히 인간을 둘러싼 환경만이 아니다. 이는 우리 몸과 정신에도 흔적을 남긴다. 우리의 움직임과 내면의 감각적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환경 속에서 이번 곰리의 전시는 인간의 신체와 서식지가 어떻게 함께 구성되는지를 감각하도록 하는 예술적 제안이다. 나아가 변화된 우리의 인간조건에 대해 더욱 깊이 인식하게 하는 촉매로서 기능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안토니 곰리 here. 2024(detail) 타데우스 로팍 2025.08.31 art29@newspim.com

▲안토니 곰리는?=1950년 런던에서 태어나 신체와 공간의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는 조각, 설치및 공공미술 작품을 선보여왔다. 1960년대부터 인간이 자연과 우주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타인의 신체를 모두 비판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조각의 잠재 가능성을 발전시켰다. 그는 예술의 공간을 새로운 행동, 사고, 감정 등이 일어날 수 있는 '되어감의 장소(a place of becoming)'로 재정의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곰리의 작품은 세계 주요 미술관과 공공장소에서 전시된 바 있다. 한국 뮤지엄 산(2025), 미국 텍사스 댈러스 내셔조각센터(2025), 프라하 루돌피눔갤러리(2024), 프랑스 로댕미술관(2023), 독일 뒤스부르크 렘부르크미술관(2022), 네덜란드 바세나르 포를린던미술관(2022), 싱가포르 내셔널갤러리 (2021), 런던 왕립예술원(2019), 그리스 델로스(2019),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미술관(2019), 중국 상하이 롱뮤지엄(2017), 스위스 베른 파울클레센터(2014)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영구적으로 설치된 주요 공공미술 작품으로는 영국 게이츠헤드의 'Angel of the North', 영국 크로스비 해변의 'Another Place', 호주 볼라드 호수의 'Inside Australia', 네덜란드 렐리스타트의 'Exposure',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Chord' 등이 있다

▲안토니 곰리 전시일정=화이트큐브 서울의 '불가분적 관계'전은 10월 18일까지, 타데우스로팍 서울의 '불가분적 관계'전은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의 'Antony Gormley:Drawing on Space'는 11월 30일까지 열린다. 뮤지엄 산에는 안토니 곰리의 조각과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공간이 어우러진 곰리의 상설전시관 'Ground'가 조성됐다.

곰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9월 5일 개막하는 부하라비엔날레(Bukhara Biennial)에 참여하며, 미국 텍사스 달라스의 유명 미술관인 내셔조각센터에서도 개인전 일정이 잡혀 있다.

화이트큐브는 1993년 영국 런던에서 창립했다. 뉴욕 파리 홍콩에 이어 2018년에는 서울에도 지점을 설립했다. 서울점은 양진희 디렉터가 7년째 이끌고 있다. 화이트큐브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현대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1983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시작한 타데우스로팍은 런던, 파리에 지점을 설치한데 이어 2021년 서울 한남동에 서울점(디렉터 황규진)을 개관했다. 올해에는 밀라노 지점이 추가됐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현대미술 작가 70여 명을 소속작가로 두고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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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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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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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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