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집행유예, 유족 두 번 울리는 일" 반발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면식 없는 이웃에게 일본도를 휘두른 가해자의 아버지가 피해자를 비하하는 글을 다수 올려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재판장 김민정)은 27일 오전 10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백 모(69) 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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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백 모 씨가 지난 2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2024년 8월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또 사회봉사 120시간과 집행유예 기간 본인 명의나 다른 사람 명의 계정을 이용해 피해자 및 유족 관련 내용을 인터넷 기사, 소셜 네트워크 등 공개된 곳에 게시하지 않는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정하고 보호관찰을 명했다.
재판부는 "누구도 예상 못 한 끔찍한 사건으로 어린아이는 아버지, 아내는 평생 반려자, 부모는 하나뿐인 자식을 잃었다"며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이 얼마나 클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쓴 댓글 내용은 정상인이라면 믿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이라며 "여러 사정을 판단했을 때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을 재판정 앞으로 불러 양형 이유에 대해 설명했으나, 유가족은 크게 반발했다.
유가족은 재판부에 "피고인은 한 번도 범죄를 인정하거나 유가족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며 "집행유예를 준다는 것은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발언 기회를 주었으나, 피고인은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유가족은 "사건이 발생한 지 13개월째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정도"라며 "반성 없는 자에게 법원이 형을 유예해 주는 건 불공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항소하면 재판이 또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재판이 지연되는 것에 너무 화가 난다"면서도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꼭 항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해 8월 27일부터 9월 11일까지 23회에 걸쳐 인터넷에 "일본도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중국 스파이"라며 아들 범행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5월 16일 최후 변론에서 검찰은 "아들에 대한 비난 여론에 허위 댓글을 작성하면서 살인을 정당화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백 모 씨는 "아들을 무기징역에 선고하고, 나를 최고형인 징역 2년을 구형한다고 하니 통탄한다"며 "가족까지 말살시키려는 행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