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이달 9일 총회 통해 설계사 선정
성동구청 설계 변경 권고에도 총회 강행… 구청, 경위서 제출 요구
조합 "구청은 입찰 참가자 실격 여부 판단 권한 없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3지구(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이 성동구청의 개선 의견에도 사업 설계사를 선정을 강행하며 논란이 일었다. 설계사 선정 이유를 소명하라는 구청에 '설계사 실격 여부 판단 자격이 없다'는 초강수를 두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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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건축 컨소시엄이 제출한 성수전략정비구역 3지구 현상설계 작품 영상 [자료=유튜브 캡쳐] |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은 최근 성동구청에 설계사 선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제출했다.
조합은 지난 9일 정기총회를 열고 현상설계 공모에 따라 해안건축을 최종 선정했다. 최종 입찰에는 해안건축과 나우동인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해안건축은 정비계획 대비 가구 수를 160가구 늘리고, 전용 95㎡ 이상 451가구 확보를 약속했다. 나우동인은 단지 20층에 인피니티풀을 설치와 덮개공원 대비 단지 높이를 더 높여 전 가구 한강 조망을 내세웠다.
문제는 구청 검토 단계에서 발생했다. 두 회사가 제출한 설계안 모두 50층 이상의 주동을 2개동을 초과해 계획한 것. 당초 서울시가 확정한 정비계획에는 50층 넘는 동은 1~2개에 그쳐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이에 구청은 조합 측에 설계공모 지침서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른 유효한 입찰이 아니므로 설계자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조합은 계획대로 총회를 열고 설계자 선정에 나섰다. 설계사 선정에서 한 차례 유찰을 경험했고, 인근 지구 진행상황을 고려했을 때 설계사부터 선정해야 사업이 진행된다는 조합원 여론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구청은 지난주 조합에 설계사 선정 경위서와 법률검토 의견서, 총회 속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조합 측은 경위서를 통해 유효한 실격판정이 존재하지 않았고, 구청의 제안대로 설계사 선정 총회 전 입찰 자격 박탈 절차를 진행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전했다. 설계자 선정 안건 철회보다는 의결이 중요하다는 조합원 의견을 모았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조합 관계자는 "설계공모 지침서와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설게자 선정기준에 의하면 실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심사위원회에 있을 뿐 구청에는 판단 권한이 없다"며 "유효한 실격 판정이 없는 상태에서 조합이 입찰참가자에 대한 입찰 자격을 박탈하려면 대의원회를 열어 결정해야 하는데, 당시 총회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아 대의원회 소집과 의결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은 본질적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총회에서 설계자 선정이 되지 않아 사업이 더 지연될 경우 조합이 짊어져야 할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였던 나우동인 또한 조합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나우동인 측은 성수3지구 조합에 공문을 보내 "구청 공문에 따라 입찰자의 입찰이 무효가 됐음에도 강행한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라며 해안건축과의 설계사 선정 계약을 체결할 경우 법적 공방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타 사업지와의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3년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이 설계사를 선정할 때 서울시 용적률 지침인 300%를 넘겨 360%로 설계한 희림건축이 현상공모 선정에서 무효 처리되며 재공모를 실시한 적이 있어서다.
이번 성수3지구 조합의 사태가 문제 없이 마무리될 경우 향후 전반적 설계사 선정 절차에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무관청 권고보다 조합원 의견을 우선한 이례적 결정이라 구청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수3지구 재개발은 성수2가1동 572-7번지 일대 11만4198㎡에 공동주택 2213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정비계획 고시를 마치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