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시장, 트럼프 푸틴 회담 결과 주시...물가 지표도 대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수입 금괴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물가 경계감 속에 11일(현지시간) 금값이 하락했다. 지난주 급락한 유가는 미러 정상회담을 기다리며 강보합권에 마감됐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2.5% 하락한 3404.70달러에 마감됐고,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12일 오전 4시 52분 기준 전날보다 1.2% 내린 3358.33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소셜 계정을 통해 "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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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지난 8일 미 관세국경보호청(CBP) 홈페이지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금괴에 대해 국가별 수입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이 올라오면서, 전 세계 금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었다. 해당 소식에 금값은 지난 금요일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이후 백악관 관계자는 다음 날 "금괴 및 일부 특수 제품에 대한 관세 적용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킷코메탈스 수석 애널리스트 짐 와이코프는 "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다소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트레이더들은 이제 다른 사안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이는 미국에서 곧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오히려 금에는 우호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발표될 물가지표와 무역 협상 소식, 15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 등을 주시했다.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90일간 추가로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중국 관련 무역 긴장이 다소 완화된 점은 금값을 추가로 짓눌렀다.
화요일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목요일 발표 예정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특히 9월 연방준비제도(연준) 회의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다우존스 추정치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7월 CPI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8%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1% 상승이 예상되는데, 이는 6월 수치(각각 0.2%, 2.9%)에서 높아진 것이다.
와이코프는 "이번 주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연준이 9월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를 멈출 이유를 제공할 수 있고, 이는 금 가격에는 약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을 기다리며 강보합권에 마감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물은 배럴당 66.63달러로 4센트(0.06%) 상승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배럴당 63.96달러로 8센트(0.13%) 올랐다.
이번 회담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열리며,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곧 열릴 푸틴 회담에 대한 기대를 낮추며 이를 "탐색 회담(feel-out meeting)"으로 표현했고, 회담 후 우크라이나 및 유럽 지도자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군사 침공 중 점령한 영토를 고착화하는 합의를 추진 중이라고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전했다. 다만 이들은 미국이 해당 합의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의 동의를 얻으려 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SEB AB의 수석 원자재 애널리스트 비야르네 쉴드롭은 "이번 회담은 금요일에 합의가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라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며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원유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즉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톤X의 애널리스트 알렉스 호데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원유 매도세가 고위험 회담을 앞두고 멈춘 상태"라고 평가했다.
UBS의 애널리스트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최근 유가 하락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 전체가 아닌 인도에만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공급 차질 예상치를 낮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UBS는 남미에서의 공급 증가와 제재 대상 국가들의 견조한 생산을 이유로, 브렌트유의 연말 전망치를 배럴당 68달러에서 6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UBS는 최근 인도의 원유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OPEC+가 예상치 못한 대규모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증산 계획을 일시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금요일 로이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OPEC+의 증산 합의 이후 7월 OPEC 산유량은 증가했지만, 이라크의 추가 감산과 쿠르드 지역 유전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증산 폭은 제한됐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 수석 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현재 시장 균형은 OPEC이 예상만큼 생산을 늘리지 않는 것과 우크라이나 휴전 합의 가능성으로 러시아산 원유가 자유롭게 수출될 가능성 사이에 있다"며 "이 때문에 유가가 요요처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에 나올 수급 관련 보고서들을 살펴볼 예정으로, OPEC은 화요일에 월간 시장 분석을 발표한다. 같은 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공개하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요일에 월간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