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독일이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에 대한 군사적 점령 계획을 승인하자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역사 때문에 전후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 입장을 견지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 관계에 변화를 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지난 19일 한 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발표된 성명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내각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할 수 있는 군사 작전을 시작한 결정에 반대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메르츠 총리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군사 장비의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란과 싸울 때 사용되는 무기 수출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겪고 있는 지속적인 고통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번 (네타냐후 내각의 결정으로) 하마스와의 휴전과 그들이 붙잡고 있는 인질의 석방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결정은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행위에 대한 독일 정부 최초의 징벌적 조치"라면서 "홀로코스트 유산에 뿌리를 둔 독일의 확고한 이스라엘 지원과는 극명하게 다른 행보"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독일 정부 결정은 1950년대 양국 관계가 수립된 이후 가장 큰 단절"이라며 "중도우파 집권여당 기민당(CDU) 소속 총리가 내린 기념비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CDU는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 역할을 강조해 왔으며, 지난 2월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에 오른 메르츠도 "독일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연정의 한 축을 이루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반대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강화 등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 등 서방 주요국들이 잇따라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독일이 느끼는 압력도 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