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부홀자홀'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버지가 먼저 홀인원을 하자 아들이 곧바로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것도 파3가 아닌 파4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짐 로어스태프(46)와 그의 아들 블레이크(18)가 지난 12일 스코틀랜드 컬렌 링크스 골프장에서 280야드 거리의 파4 8번홀에서 함께 홀인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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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4에서 나란히 호인원한 짐 로어스태프(왼쪽)와 아들 블레이크. [사진=골프다이제스트] |
평균 아마추어 골퍼가 파3홀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은 약 1만2500분의 1, 프로는 2500분의 1로 알려져 있다. 파4홀은 훨씬 더 희박하다. PGA 투어에서도 파4홀 홀인원은 단 한 차례밖에 없다. 2001년 앤드루 마기의 기록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부자가 같은 파4홀에서 연속으로 홀인원을 할 확률을 '6조 분의 1'로 추정한다.
로어스태프 가족은 스코틀랜드 골프 투어 중 컬렌 링크스를 찾았다. 앞선 7번홀에서 나란히 더블보기를 기록한 뒤 8번홀 티잉 에어리어에 올랐다. 3번 우드를 잡은 아버지 짐에게 아들은 "3번 우드로는 멀리 못 친다"며 놀렸고, 짐은 드라이버로 클럽을 바꿨다.
먼저 티샷에 나선 짐의 공은 그린 왼쪽에 떨어져 오른쪽으로 굴렀다. 이어 블레이크는 낮은 탄도의 드라이버 샷을 날렸고, 그의 공은 그린 앞 왼쪽에 떨어져 굴러가다 백스톱을 타고 다시 내려왔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은 그린 근처에서 공을 찾았고, 최근 골프를 시작한 막내 아들 에릭이 홀 쪽으로 다가가며 외친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여기 공 두 개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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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어스태프와 그의 아들 블레이크의 홀인원 공. [사진=골프다이제스트] |
짐은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구멍 안을 들여다보니 두 공이 나란히 들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블레이크는 "누구 공이냐"고 물었고, 아버지가 "둘 다야"라고 답하자 두 사람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듯 웃었다.
로어스태프 가족은 여행 첫날부터 각종 기념품과 술을 챙겼다. 홀인원 직후 9번홀 티에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산 술잔으로 데킬라를 마시며 축하했고, 라운드 후엔 지역 주민들과 위스키를 나누며 특별한 순간을 기념했다.
아들 블레이크는 18세에 첫 홀인원을 기록했고, 아버지 짐은 무려 11번째 홀인원이다. 두 사람은 현재 홀인원 공과 스코어카드, 빈 데킬라 병 등을 모아 '기념 섀도우 박스'를 제작 중이다. 짐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다시는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