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통상협의' 직전 무산…불확실성 증가
대부분 주요 기관 한국 성장률 '0%대' 분석
ADB 0.8% 전망…한은 2분기 성장률 0.6%
해외 주요 투자은행 평균 전망치도 0.8%
재정 확장해도 수출 주도 경제 구조 타격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새 정부의 강력한 확장 재정 기조에 소비심리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확대 조치가 경기 하방 압력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안감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오는 25일 예정됐던 '2+2 통상 협의'가 직전 미국 측 사정으로 급하게 무산되면서 한미 상호관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수출 주도 경제구조를 갖춘 한국에 이번 관세 조치는 대미뿐 아니라 세계 교역 축소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지속 제기된다.
◆ 소비심리 최고치에도…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줄줄이 '0%'대
24일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대비·속보치)을 0.6%로 발표했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0.2%)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0%대'에 머물렀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미국 관세 영향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은 성장률이 반등한 배경에는 2분기 수출이 전 분기 대비 4.2%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밀어내기' 물량이 이번 수출 증가에 반영된 영향이 있고 당초 한은의 2분기 예상치(0.5%)에 '트럼프 관세' 영향이 일부 반영돼 반사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 |
김태황 명지대 교수는 "수출 대상국이 미국 외에도 있으니 (관세 조치가) 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기업들이 관세 전쟁이 단기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해 대체시장으로 재고를 밀어내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지난 4월 1분기 실질 GDP를 발표하면서는 "3월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하락 폭이 큰 편이었다. ADB는 전날(23일) 한국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 1.5% 대비 절반 수준인 0.7%p가 떨어진 수치다.
ADB는 지난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하반기 내수가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미국 관세인상 및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수출이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 |
실제로 소비심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제성장률을 홀로 견인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7로, 전월 대비 6.9p 상승했다. 지난 2011년 6월(111.1) 이후 4년만의 최고치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안정성과 적극적인 확장 재정 기조를 고려해 성장률을 소폭 상향하기도 했으나, 평균은 0%대에 머물렀다. 바클리 등 해외 주요 IB 8곳의 평균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6월 기준 0.9%, 지난 5월 기준 0.8%를 기록했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바클리가 1.0%에서 1.1%,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0.8%에서 1.0%, UBS는 1.0%에서 1.2%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1.1%, 노무라는 1.0%, HSBC는 0.7%, 씨티는 0.6%, JP모건은 0.5%를 유지했다.
◆ 수출 주도 경제 구조 갖춘 韓…세계 교역 축소 등 우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관세 조치가 수출 주도 경제 구조를 갖춘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것으로 내다봤다. 2+2 협상이 긴급하게 무산된 것도 '트럼프 관세'의 불확실성을 크게 올렸다는 평가다.
정부에 따르면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2+2 협상은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무산됐다. 한국 정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하기 직전인 이날 오전 9시경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일정은 예정대로 25일 진행된다.
김태황 교수는 이번 협상 무산을 두고 "완전 결렬이 아닌 미국의 기선 제압"이라면서도 "일본이 전날(23일) 타결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거의 타결할 것처럼 나가는 상황이다. 미국이 (교역) 주요국인 일본·EU와 먼저 타결해 버리면 한국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다.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미국 재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와 예정되어 있던 통상협의가 취소돼 귀빈실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
대미 수출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역 성적이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남시훈 명지대 교수는 "물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는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바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국가가 (생산 등 과정에) 얽혀 있다"며 "세계적 (교역)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을수록 국제 교역이 어렵겠다는 인식이 퍼지면 다른 나라도 자체 생산을 늘리는 등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미국의 고율 관세가 한국·일본의 경제활동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양국 모두 올해 성장률이 0.5~1%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미 수출 축소라는 직접적인 효과 이외에도 세계 교역 축소, 투자심리 약화 등 간접효과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프랑스 금융그룹인 BNP파리바도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보다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세계 각국도 휘청이는 모습이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예고한 대로 8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상품에 상호관세 30%를 부과한다면 올해 독일 경기침체를 배제할 수 없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0.7%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도 전날(23일) 관세율을 15%로 정하기 전까지 25%로 정해질 것을 우려하면서 날선 반응을 보여 왔다. 앞서 일본 대표 민간 싱크탱크 다이와소켄은 상호관세 25% 포함 미국의 관세조치가 올해 일본 실질 GDP 성장률을 1.3% 하락시킬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shee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