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여자 마라톤 사상 최초로 2시간 10분 벽을 돌파했던 루스 체픈게티(30·케냐)가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일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세계육상연맹(WA) 산하 독립기구 선수윤리위원회(AIU)는 18일(한국시간) "체픈게티의 소변 샘플에서 이뇨제 성분인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HCTZ)가 검출됐다"며 "그는 지난 4월 자발적으로 일시 자격정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샘플은 지난 3월 14일 채취됐고 금지 성분이 포함된 분석 보고서는 4월 3일 AIU에 전달됐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정한 HCTZ의 허용 검출량은 20ng/㎖. 체픈게티의 샘플에서는 이보다 190배 많은 3800ng/㎖가 검출됐다.
AIU는 "체픈게티는 4월 16일 케냐에서 면담에 응했고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어 4월 19일 본인이 직접 '조사 기간 동안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공식 일시 자격정지 처분은 7월 18일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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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출신의 루스 체픈게티치가 2024년 10월 13일 그랜트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9분56초로 통과하며 여성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진=AP통신 홈페이지 캡처] |
체픈게티는 지난해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9분56초를 기록하며 여자 마라톤 최초로 2시간 10분 벽을 넘어섰다. 2023년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가 세운 기존 세계기록(2시간11분53초)을 2분 가까이 단축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체픈게티는 "그런 질문을 받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 없다"며 '혹시 의심하는 시선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케냐 정치권에서는 해당 기자에 대해 "전문성 없는 무례한 질문"이라며 항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도핑 양성 반응으로 체픈게티는 '공식적 의심' 대상이 됐다. 검출된 HCTZ는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이뇨제이자 다른 금지약물의 체내 잔류를 은폐하는 데 활용되는 성분이다. WADA는 이를 S5 등급 금지약물로 분류한다.
AIU는 "WADA는 일반적으로 HCTZ 양성 반응 선수에게 2년 자격 정지를 내린다"며 "다만 징계 수위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