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참사, 이태원 압사 사고,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무안 여객기 참사 등 대형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만나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며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울먹이며 이 대통령의 사과를 지켜봤다.
이날 오후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유가족 200여명을 초청해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제목의 간담회를 열고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국민이 위협받을 때, 또 국민이 보호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며, "이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는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들이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성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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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6 photo@newspim.com |
또한 이 대통령은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리도 없고 유가족들의 가슴 속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우리 국민들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 12·29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강희업 국토교통부 제2차관,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이동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배석해 유족들의 요청에 답변했다.
최은경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도 "재난 이후 국가로부터 아무런 안내도,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모든 과정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원인 조사와 국정조사 추진 ▲책임자 처벌과 지방정부의 실질적 지원 ▲유족 지원을 위한 매뉴얼의 법제화 ▲추모 공간 조성 ▲심리 회복 프로그램 마련 등을 요청했다.
송해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애도를 부탁드린다"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공개하고 특조위에 제공해 특조위가 제대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특조위와 피해자 지원단의 인력 및 예산 확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유진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 규명, 항공철도사고조사위의 독립성 확보, 항공 안전 시스템 전면 재점검, 트라우마 센터 설치 등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종기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의견을 듣고 위로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당면 과제를 확고한 의지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고도 마음 아픈데 사고 후에 책임자인 정부 당국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 돈 때문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회, 목숨을 비용으로 치환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답했다.
parksj@newspim.com